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시판이 놓여져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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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정국이 다시 ‘원포인트 본회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2일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이하 4+1)에서 논의해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연내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즉각 임하라”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라 그 전까지 예산부수법안 통과가 필요하다”(핵심 관계자)고 주장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국민들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 23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공직선거법 ▶검찰개혁법(공수처법ㆍ검경수사권조정안) ▶유치원3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 중 ‘선(先)처리’ 안건으로 정해진 선거법이 20대 국회 출구를 꽉 막고 있다. 왜일까. 선거법 협상 현주소와 남은 쟁점을 총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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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연동형비례제, 뭐길래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마저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썼다. 연동형 비례제의 본 취지는 지역구가 다 반영하지 못하는 군소정당의 정당지지율을 회복시킨다는 데 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이달 들어 4+1 협상에서 연동형 비례제에 현행 선거제 요소를 상당 부분 버무려놨다.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 복잡해져 ‘누더기 개정안’ 비판이 나온다.
현행 선거제는 두 장의 총선 투표용지(후보자·정당)를 분리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각각 뽑는 병립형이다. 반면 둘의 결과가 서로에 연동돼 최종 의석수에 영향을 주는 게 연동형 비례제다(그래픽 참조). 큰 틀은 정당득표율로 국회 전체 의석수를 가상 배분(목표의석수)하는 데서 출발한다. 각 정당은 목표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숫자만큼 뺀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할당받는다.
4·15 국회의원 선거, 내 표 어떻게 반영되나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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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이 현재까지 합의한 건 ‘250(지역구):30(연동형 비례대표):20(기존 병립형 비례대표)’ 의석수 그리고 ‘연동률 50%’ 룰이다. 비례 의석(50석)을 원안(75석)의 3분의 2로 줄였고, 여기에 ‘연동률 캡(상한)’을 설치해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4+1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일들이다. 나머지 군소정당들은 “개혁 후퇴”라고 반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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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민주당 왜 석패율제 반대하나
가까스로 여기까지 합의했는데, 4+1 최종 합의안을 막는 마지막 쟁점이 ‘석패율제’다. “중진 되살리기로 악용돼 개혁 아닌 개악이 된다”(이해찬 대표)는 게 민주당의 표면적 반대 이유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2인자’들을 비례대표로 일부 살리는 제도다. 비례 특정 순번(2번, 4번, 6번…)을 석패자용으로 투표 전 미리 비워둔다. 민주당은 “그러면 여성·청년·장애인 등 기존 소수자·개혁 인사들의 비례대표 공천 자리가 줄어든다”(홍영표 민주당 의원)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민주당 의원들의 진짜 속내는 ‘친여(親與)·진보 표심 분산’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다음 총선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20%는 나올 거다. 연동률 캡을 20석까지 더 줄이자”,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정의당 후보들이 석패율을 노리고 완주하면 여당 지역구 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1000표 미만의 표차로 당락이 갈린 ‘초박빙 지역구(253개 지역구 중 13곳)’는 상당수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석패율제를 놓고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1 선거제 합의 불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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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비례한국당’ 정말 나올까
위성정당 문제는 연동형 비례 의석수가 30석으로 맞춰지는 분위기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석~25석에서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한국당이 19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좌파 연합세력 ‘심·정·손·박’(심상정·정동영·손학규·박지원)이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심재철 원내대표)고 선언했다.
이른바 ‘비례한국당’ 구상은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몫으로 갈 연동형 비례 의석을 별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확보한다는 계산에서 나왔다. ‘군소정당 살리기’에 ‘군소정당 만들기’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주권자의 뜻을 노골적으로 왜곡하겠다는 망언”(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비난이 이어지자 한국당은 “꼼수가 아닌, 부당한 선거제 개악에 대한 합법적 대처 방안”(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이라고 맞섰다.
비례한국당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이 “한국당이 다른 정당(비례한국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압박하자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21일 ‘나라는 민주당에 맡기셨다면 정당투표는 정의당’이라고 적은 옛 정의당 선거포스터를 들고 나왔다. 그는 “대놓고 ‘지역구는 민주당에, 정당투표는 정의당에 달라’고 했으면서 비례한국당은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정의당스럽지 않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밖에서 열린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과 공수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17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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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원안 상정” 진짜 속내는
민주당은 비례한국당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소정당에 내줘야 할 비례 의석을 한국당이 가져가는 건 최악 중 최악”(수도권 초선 의원)이라는 인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례한국당이 현실화하면 우리도 창피를 무릅쓰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안 만들 수 없다. 이게 무슨 개혁이냐”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선거법 개정 원안 상정’ 카드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후 “원안 표결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원안 상정은 곧 4+1 합의 포기를 의미한다. 반면 여전히 ‘선거법 개정 불가’를 당론으로 하는 한국당과는 합의가 가능한 지점이기도 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앞서 16일 “연동형 비례제 원안이 상정되면 무기명 표결을 검토하고 당내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3당 선거법 합의문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손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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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을 두고 민주당은 자당을 제외한 3+1(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한국당 사이에 섰다. 안갯속 정국에 민주당이 처리해야 할 숙제가 또 하나 생겼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내년 1월 8일까지는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장관은 청문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 표결이 필수다.
4+1 공조 없이 자력만으로는 정 후보자 인준 가결이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이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 “이견이 적은 공수처법을 먼저 처리하는 게 ‘4+1’ 동력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선거법은 시간을 좀더 두고 내년 1월 상정하자는 주장인데, 3+1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골간으로 한 선거법 개정 없이 공수처법 처리에 선뜻 동의해주긴 어려울 거란 반론도 나온다.
심새롬·한영익·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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