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등 703개 여성단체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과 건설업자 윤중천씨(58)의 성범죄 혐의 무죄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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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과 건설업자 윤중천씨(58)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이 이들을 경찰에 다시 고소했다. 여성단체들은 2013·2014년 두 차례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1심 법원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703개 여성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여성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에 재고소한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입장문을 통해 “죄가 있어도 공소시효 때문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니 이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하냐”며 “저보고 ‘우리는 너한테 예의상 할 만큼 했으니 세상 조용해지게 죽어라’라고 하는 판결로 들렸다. 검찰과 사법부 당신들도 그들의 무서운 범행을 알고 있지 않나. 당신들 가족이 이런 행위를 당했어도 이런 시간끌기와 판결을 할 수 있나”라고 했다.
피해 여성은 “저는 평범한 여성인데 왜 저를 자꾸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며 세상에 부딪히게 하냐”며 “너무 화가 나도 세상의 약자라 어디에 소리를 쳐야할지 모르겠다. 윤중천·김학의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겨 계속 쓰러지는데 숨을 쉬려고 호흡운동하면서 살아간다.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시고 마음 깊이 박힌 한을 풀어달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함께 원주 별장 등에서 피해 여성을 성폭행했고, 범행 발생 시점이 아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상해 발병 시점을 기준으로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특수강간·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고소·고발이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된다고 하더라도 재정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가 적절한지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며 당시 수사검사들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2013·2014년 두 차례의 검찰 수사, 2018년 검찰 과거사위의 조사, 2019년 특별수사단의 재수사, 법원 판결을 거쳤는데도 사건의 진상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처벌받거나 책임지는 자도 없다”며 “특별수사단은 윤중천에 대해서는 수년에 걸친 성폭력 중 극히 일부만, 김학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로만 면피용 기소를 하는 데 그쳤다. 이 사건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책임자 처벌 없이 검찰개혁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703개 여성단체가 1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과 건설업자 윤중천씨(58)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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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검은 옷을 입고 고소·고발장을 든 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걸어가는 ‘침묵 행진’을 벌였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2007~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000여만원 상당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6~2007년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성접대’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결문에 적시하면서도 증거가 불충분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가 특수강간·강간치상·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사기 혐의만 인정해 징역 5년6월과 추징금 14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면소’ 판단했다. 강간치상 혐의는 피해 여성의 고소 기간이 지났다며 ‘공소기각’ 판단했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항소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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