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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켓인]'배민' 5조 빅딜에도 큰 재미 못 본 국내 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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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VC, 매각전 대부분 투자금 회수

"기업가치 커지며 해외 대형 투자기관 자금 유치 용이"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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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민족이 4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지만, 국내 벤처캐피탈(VC)은 해외 기관 투자가에 비해서 큰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Seed)와 시리즈C 단계까지는 국내 VC들이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 자금을 회수했고, 그 이후는 미국과 중국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한 까닭이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2011년 7월 액셀러레이터 본엔젤스로부터 3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투자 유치를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2014년까지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20억~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C단계를 유치했다. 시리즈C 단계에서는 일본의 사이버에이전트캐피탈 등이 참여하긴 했지만 대부분 국내 자금이었다.

우아한 형제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1월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다. 이때 골드만삭스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20%를 확보했고, 이후 중국의 힐하우스캐피탈이 시리즈E 투자로 570억원을 투입해 16%를 확보했다.

2017년 10월 네이버가 5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으나 이듬해인 2018년 힐하우스캐피탈과 미국 세쿼이아캐피탈, 싱가포르투자청이 4000억원을 투자하며 대부분의 지분을 외국계 VC와 투자기관이 갖게 됐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는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이다. 이어 미국계 알토스벤처스와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과 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투자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국내 VC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를 펀드 규모에서 찾았다. 국내 한 VC 고위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가 수조원대에 이르면서 더 큰 자본조달이 필요한데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펀드 규모 등 운용규모(AUM)가 큰 곳이 투자하기도 쉽고, 투자받는 입장에도 자본조달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투자자를 선호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초기에 투자한 만큼 회수 시기도 빨랐다. 상대적으로 초기단계에 투자했던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등 국내 VC들은 투자금을 회수한 상태라 이번 매각과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2011년 시드 투자한 본엔젤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걸쳐 투자한 KTB네트워크, 2017년에 투자한 네이버만 현재까지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커진 만큼 높아진 리스크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유니콘 기업을 소화할 수 있는 상장시장 여건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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