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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사 못하게 됐다”…“또 거래절벽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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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부동산 대책에 시장 충격

“거래 불가능할 정도 보유세 늘어”

“전세도 불안…가격 상승 가능성”

집값 안정 불확실, 부작용 걱정만

“가뜩이나 힘든데” 건설업계 실망

중앙일보

12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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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 제대로 못합니까."

다음달 서울에서 아파트를 옮기기 위해 알아보던 김모(46)씨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색 중인 집이 9억원이 넘을 것 같은데 대출 한도가 줄면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4인 가족으로 30평대 이상의 아파트가 필요하고 강북에서도 이 정도 크기의 새 아파트면 웬만해선 9억원이 넘는다"며 "정부가 실수요마저 집을 사지 못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발표된 대책에 주택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고강도 규제여서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이번 대책이 겨냥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얼어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집값을 안정시킬지는 불확실하고 오히려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출 규제 강화=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이는 현금 부자만 서울 집을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갭투자를 막는 데 도움이 될지라도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카페 ‘부동산 스터디’ 등에는 “오늘 대출을 받으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거냐”는 식의 질문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은행권 대출을 전방위로 차단해 제2금융권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세제 강화=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그 부담이 가격으로 전가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방의 거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서울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였는데 이번 대책으로 다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듯하다”며 “폐업하는 공인중개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임대 등록 시 취득세·재산세 혜택 축소 등에 따라 임대 사업자 등록 수가 축소되면 전세 시장 불안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와 관련해 한형기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 1차 재건축) 조합장은 “땅값이 비싼 서울 정비사업장의 경우 일반 분양가는 땅값 비중이 매우 큰데, 민간 분양가 상한제로 땅값이 공시지가의 1.2~1.5배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어느 사업장이 이렇게 손해 보며 사업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공급 물량이 나올 데가 없어 신축 아파트 가격은 폭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급 축소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공급 확대 신호를 냈지만, 신통찮다는 반응이다. 앞서 발표했던 공급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이유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이미 나왔던 내용을 정리한 수준이고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건설업계도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침체해 힘든데 악재가 추가됐다”며 “계속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계속 공급 규제 방향으로 흘러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게 된 지역의 정비사업장 등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탓에 표정이 어둡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정금식 이문1구역 조합장은 “규제를 피한 줄 알고 조합원이 된 사람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상한제 확대에 따라 고가점 청약 대기자들 사이에서 과열 조짐도 엿보인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서울 등의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겠지만, 이런 전방위 규제는 오래 쓸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라며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시장 기능이 왜곡되고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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