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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제일 가난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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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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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아포리즘-68]

#170

이태석 신부가 수도원 시절 썼던 책상과 침대를 봤다…모르겠다…그냥 눈물이 났다.

키가 컸던 그에게 수도원 침대는 짧았다고 한다. 다리도 펴지 못했던 두 평 반짜리 방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필요하지 않은 건 단 한 뼘도 갖지 않았던 그 사람의 삶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한 참을 서 있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를 처음 방문하고 이태석 신부는 일주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난의 끝, 폭력의 끝, 절망의 끝을 본 그는 일주일 내내 기도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곳으로 가서 영영 봉사의 삶을 살기로 결심을 한다.

수도원 후배가 왜 그곳으로 가려 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일 가난하잖아."

#171

가끔 신은 우리에게 거인을 내려보내 준다. 이태석이 그랬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늦은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 세속인들은 그가 왜 편안한 길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가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성품을 아는 사람조차도 꼭 수도사가 되지 않아도 봉사는 할 수 있지 않냐며 만류했다. 그럴 때마다 이태석은 말했다.

"여기서 의사를 하는 건 '돌'이 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더 가난하고 낮은 곳으로 가면 '다이아몬드'가 되죠.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데 뭐하러 돌이 되겠어요."

그는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태석은 기억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하느님은 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고, 그는 그 많은 것을 세상에 전부 내주고 떠났다"고.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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