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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단독]한·일 정상회담 마중물 될 문희상안 "이번주내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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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ㆍ일 정상회담 개최가 점쳐지는 가운데 최대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이른바 ‘문희상안’이 이번 주 국회에서 발의될 예정이다. '문희상안'은 한ㆍ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15일 “국회 상황과 관계없이 강제징용 관련 법안들을 이번 주 발의한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한·일 수출 당국 간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한·일간에 수출규제 협의가 이뤄지고 주내 '문희상안'이 발의되면, 한ㆍ일 양쪽에서 서로에게 요구하는 수출규제ㆍ강제징용 해법 논의가 동시에 굴러가는 모양새가 된다. 한 ·일간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이후 13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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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축하 케이크를 받은 뒤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8.05.09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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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안' 이후 달라진 일본 기류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올 한해 이 문제를 정상회담 개최와 연동해 왔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6월 말 일본 오사카의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좋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일본 쪽에서 부정적이었다. 양국 간 강제징용 해법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결국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두 정상은 ‘8초 악수’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아베 총리가 연내 정상회담을 여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두 정상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본 쪽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해법을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한 소식통은 "일본 정부 내에서 이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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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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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의견 수렴해 화해치유재단은 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이번 주 발의될 '문희상안'은 지난달 마련한 초안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고 한다. 초안에 있던 ‘기억인권재단’ 명칭은 ‘기억ㆍ화해ㆍ미래재단’으로 바뀌었고, 한·일 위안부 합의로 조성한 화해ㆍ치유재단의 잔금 약 6억엔(60억원) 이관 조항도 빠졌다. 당초 문 의장은 한ㆍ일 정부를 참여시키기 위한 장치로 화치재단 잔금을 기억재단에 포함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 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최종안에서는 제외했다. 법안 발의 형식도 당초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특별법 개정안'으로 추진했으나 새로운 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은 별도로 제정하고, 나머지는 개정안에 담는 것으로 이분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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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강제징용 문희상 안에 대한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NHK 방송 카메라가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해법안은 재원을 양국기업과 민간의 기부금으로 하고 화해치유재단의 60억원을 포함시켜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을 전제로 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문희상안'의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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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입법 사안”…물밑선 해법 찾기



'문희상안'과 관련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국회의 입법 사안”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 의장실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 정부는 '문희상안'을 포함해 강제징용 해법의 다양한 조합을 타진 중인데,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 라인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단, '문희상안'에 대해서는 일부 피해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 처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이 문제가 풀려가는 상황을 봐가면서 수출규제를 일부 항목만 철회하거나, 안보우호국(화이트 리스트) 명단 복원 시기 등을 연동할 수 있다.



“강경화·모테기 약식회동”, 정상회담 의제 조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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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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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 소식통이 이날 “한 번의 만남으로 전격적인 관계 회복은 어렵지 않겠느냐. 두 정상이 만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연관돼 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모시미쓰 일본 외상은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계획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약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전 장관 차원에서 의제 조율을 하는 것이 관례여서 만나기는 할 것”이라며 “풀어사이드(약식 미팅)방식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식으로 '다치바나시(立話·서서 하는 회동)'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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