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유럽의) 알바니아, (남미의)베네수엘라처럼 도입했다가 좌파들이 폐지하자고 난리칠 수도 있다"면서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약점을 꼬집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이 밝히며 "좌파연대에서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로 가는 길목이고 좌파연대가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를 역이용하면 보수·우파가 오히려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도 있다"면서 "강행·추진해서 마음대로 한번 해봐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상 일이 니들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가 언급한 알바니아와, 베네수엘라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 했으나 군소정당과 연대한 거대 양당 및 집권여당의 편법으로 인한 선거 결과 왜곡을 경험, 다시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지역구 100석에 비례대표 40서그로 2.5대 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알바니아는 거대 양당 민주당과 사회당에서 '2중대'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정치공학적 정당투표를 했다. 이에 이들 양당은 소수당을 동원하며 군소정당간 선거연대를 만들었다. 이에 각 정당간 6중대까지 늘어났고 비례대표 의석은 양당과 연대한 군소정당이 가져가게 됐다. 결국 알바니아는 2008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 베네수엘라도 2005년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 집권여당 '제5공화국 운동'에서 비례대표만 출마 시켰으며 지역구 후보는 '선거 승리 연합'이란 복사 정당을 맏늘어 출마하는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은 65석 중 56석을 휩쓸었다. 지역구는 102석 중 9석만 얻었다. 베네수엘라는 2009년 선거법 개정안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김광림, 염동열,권성동 의원 등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김밥 한줄과 생수 한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날 여야가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자는 데 합의했으나, 선거법 수정안을 내려던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날 정의당과 평화당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14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연동형 캡(cap)'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4+1 공조 체제가 아닌 '4<1(민주당 1개 정당이 4개 야당을 끌고 가는)' 몽니 체제를 만들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원안 후퇴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선거법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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