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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35만 대우 가족이 기억할 것”… 생전 영상 보며 ‘눈물의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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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우중 전 회장 영결식 / 고인 뜻 따라 소박하게 치러져 / 유족·친척·전 임직원 등만 참석 / ‘세계 경영’ 가치 가슴 속 새겨 / 2000여 조문객은 복도서 추모

세계일보

12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장지에 운구 행렬이 도착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선영이다. 고인의 뜻에 따라 소박하게 치러진 이 날 영결식은 300여석의 강당에 영정과 꽃장식만 해 놓았고, 유족과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 등만 참석했다.

이른 아침부터 몰린 2000여명의 조문객은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채 복도에 설치된 중계 영상을 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참석자들의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을 30여 분간 상영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통해 대우그룹의 발전상과 업적을 소개하고, 김 전 회장의 가치관인 ‘세계 경영’을 재조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중 “대우의 사훈인 창조·도전·희생, 이 세 가지에는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세계로 나갔고, 시도해보지 못한 해외 진출을 우리가 처음으로 해냈습니다”라는 육성이 나가자 참석자 일부는 그 시절을 회상하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대우 마지막 사장이었던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조사(弔詞)를,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회장님은 35만의 대우 가족과 전 국민이 기억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기에 충분했고, 회장님의 성취가 국민적 자신감으로 이어져 있다”며 “위기를 맞은 뒤에도 명예회복 대신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데 여생을 바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길을 찾고자 하셨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던 손 전 상근부회장은 “회장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자 젊은이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며 “한국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찬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장례절차에 따라 천주교식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마지막으론 유족을 대표해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이 나와 추모사를 했다. 김 부회장은 “항상 바쁘시고 자주 옆에 계시진 않았지만 늘 자랑스러운 아버지셨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에는 김 전 회장의 손자가 영정을 들고 대기 중인 운구 차량으로 이동했다.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등이 차례로 영정 뒤를 따랐다. 이어 운구 차량은 아주대학교 본관을 한 바퀴 돌며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9일 별세했다. 이번 장례가 치러진 아주대는 김 전 회장이 1977년 대우실업 사장이었을 당시 “교육 사업을 통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하고 인수한 대학이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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