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말빛 발견] ‘되다’형 말하기/이경우 전문기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글에서만 그러지 않았다. 말할 때도 그랬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런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죠”라고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런 것으로 판단했지”라고 말하던 그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듯 ‘-되다´´라고 얼버무렸다. 말하는 장소가 공적인 공간이면 더욱 그러했다.

공문서라고 볼 수 있는 문장들에선 웬만하면 ‘~라고 판단하다’가 아니다. 거의 ‘판단되다’라고 한다. ‘요약하다’는 ‘요약되다’라고 한다. 하나의 관행이 돼 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주어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조금이라고 감춘다. 자신의 생각인 듯 아닌 듯 내보이는 것이다. 개인의 언어 습관이기도 하지만, 단체나 특정 사회의 문화일 수도 있다. 드러내서 얻을 게 없거나 손해를 보는 분위기가 낳은 문장 같아 보인다.

책임을 미뤄 두고 싶은 태도가 엿보인다. 때때로 ‘-되다’형은 면피형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문장에는 상대가 신뢰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 신뢰의 추락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잘 감지하지 못한다. 말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듣는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는 분위기가 도처에 있다.

wlee@seoul.co.kr

▶ 부담없이 즐기는 서울신문 ‘최신만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