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라고 볼 수 있는 문장들에선 웬만하면 ‘~라고 판단하다’가 아니다. 거의 ‘판단되다’라고 한다. ‘요약하다’는 ‘요약되다’라고 한다. 하나의 관행이 돼 가고 있다. 이렇게 하면 주어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자신을 조금이라고 감춘다. 자신의 생각인 듯 아닌 듯 내보이는 것이다. 개인의 언어 습관이기도 하지만, 단체나 특정 사회의 문화일 수도 있다. 드러내서 얻을 게 없거나 손해를 보는 분위기가 낳은 문장 같아 보인다.
책임을 미뤄 두고 싶은 태도가 엿보인다. 때때로 ‘-되다’형은 면피형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문장에는 상대가 신뢰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 신뢰의 추락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말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잘 감지하지 못한다. 말하는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듣는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는 분위기가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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