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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불출마→청와대`…황교안, 단식 후 강해진 당 장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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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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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지난 11월 28일 황 대표 본인이 입원한 뒤 정미경·신보라 두 최고위원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곳이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은 "대표님이 오실 때까지 천막을 지켰다. 우리는 하나"라고 했다.

곧이어 이곳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많은 국민이 찾아주시고 함께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를 드린다"며 "패스트트랙 저지와 당 쇄신 통합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단식에 돌입하기 전 계속된 리더십 논란에 휘둘렸던 황 대표가 불과 일주일 만에 당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황 대표가 단식 중단을 선언한 날 때마침 한국당이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당이 투쟁 태세로 들어갔다.


단식 초기, 안팎에서 우려

지난달 20일 황 대표는 청와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철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했다.

당시 당 내외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3당 원내대표 방미 일정을 앞두고 있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방미 전날 황 대표의 단식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연락해 단식을 만류한 걸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패스트트랙 본회의 부의 등 큰 이슈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단식 카드는 너무 빠른 게 아니냐며 말린 걸로 안다"고 전했다. 황 대표 스스로도 김세연 의원의 '한국당 해체' 발언과 지지부진한 보수통합 논의 등으로 리더십 논란을 겪고 있었다.

정치권의 비판도 나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민생 내팽개치고 '민폐단식'하겠다는 황교안, 더 이상 국민 한숨짓게 할 때가 아니다"고 했고, 바른미래당은 최도자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뜬금없는 단식"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황 대표 보좌를 둘러싸고 당직자의 '근무시간표' 등이 알려지면서 '황제 단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소미아·정치권 잇단 방문…올라간 무게감

관심이 황 대표 단식에 쏠리면서 정부·여야 원내와 인사들이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았다. 단식 닷새째인 2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황 대표를 만났다. 이 총리는 황 대표와 대화한 뒤 기자들에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그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여야 당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황 대표를 찾았다.

당 내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가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농성장을 찾았다. 황 대표 단식의 무게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22일 정부가 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연기를 결정한 점도 황 대표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다. 황 대표가 내세운 3가지 조건 중 한 가지가 관철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단식 8일 만에 쓰러진 뒤 입원을 하면서 황 대표 리더십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황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뒤 지난 2일 박맹우 당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 35인이 일괄 사퇴했다. 황 대표를 중심으로 쇄신 작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실수는 해도 결국 순수한 사람"이라며 단식으로 진정성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연관키워드 변화, 불출마→청와대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통해 황 대표의 단식 전 12일(11월 8~19일)과 단식 후 12일(11월 20일~12월 2일)간 황 대표 연관 키워드를 분석해 봤다.

단식 전 12일 동안 황 대표와 관련해 가장 비중 있게 언급된 키워드는 '불출마'였다. 당시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해체와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황 대표에 대한 총선 불출마론이 나오는 등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불출마' 다음으로 비중 있게 언급된 단어는 '보수통합'인데 이 역시 지지부진한 보수통합 작업으로 난항을 겪던 당시 황 대표 모습을 보여준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단식을 시작한 뒤 12일 동안 황 대표와 관련해 언급된 키워드 중 가장 비중이 큰 건 '청와대'였다. 1차적으로 단식 농성장이 청와대 앞이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내세우며 청와대와 대립 구도를 만든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이은 키워드는 '단식투쟁' '단식농성' '패스트트랙' 등이었다.

'불출마'가 휘둘리는 황 대표를 보여주는 키워드였다면 '청와대'는 황 대표가 주도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볼 수 있다.


리더십 세웠지만 외연 확장엔 의문

리더십 논란을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앞으로의 행보에는 아직 물음표가 남는다. 당 내부적으로는 황 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강경 일변도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본회의 통과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황 대표의 단식 철회 조건 3가지 중 정부 몫인 지소미아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공수처법과 선거제는 여야 간 협상의 몫이다. 황 대표가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패스트트랙 다음에는 총선이다.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평가는 총선 결과로 나온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 내에서는 잡음 없는 공천, 당 외적으로는 중도층 표심 잡기 등 유권자 끌어안기가 이어져야 한다. 황 대표가 내부적으로는 단속에 성공하고 있는 듯하지만 단식 과정에서 외연 확장에 성공했는지는 물음표다.

[우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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