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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조국 유재수 수사 무마, 대법원 판례 보니...‘직권남용’ 처벌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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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경찰의 수사권한은 직권남용죄의 ‘권리’로 본 판례 있어

수사 중단 부당하게 지시한 경우 뿐만 아니라 이첩시킨 경우도 혐의 성립

헤럴드경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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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시절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와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은 경찰이 하급자를 시켜 부당하게 수사를 중단하거나, 사건을 이첩하게 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예가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을 통해 2017년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지시했다가 이후 감찰을 중단하도록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철(51) 전 반부패비서관 역시 감찰 중단은 조 전 장관의 의사에 따라 감찰을 접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 역시 조 전 장관이 관련 첩보를 경찰로 넘기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형사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공무원의 직무범위 내에서 권한이 남용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판결하면서도 다스 해외 소송에 청와대 공무원을 동원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부당한 지시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직무권한에는 사적인 회사의 이익에 관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청와대 감찰권이 직권남용의 대상이 되는지는 명확하게 문제된 사례는 없다. 다만 비슷한 예를 찾아보면 대법원 판례상 경찰의 범죄수사권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권리’로 인정된다. 2010년 대법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관련 규정을 토대로 “범죄수사권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상급 경찰관이 직권을 남용해 부하 경찰관의 수사를 중단시켰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경우 직무권한 범위보다는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을 때 비위 첩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권리’는 법률에 명기된 권리에 한하지 않고 법령상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면 족한 것으로서, 공법상의 권리인지 사법상의 권리인지를 묻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은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법리 검토 과정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법원은 수사를 중단시키는 행위 외에도 상급 경찰관이 임의로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이첩하게 한 경우도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다만 김기현 전 시장 첩보를 경찰로 보낸 사건은 관련 첩보 수집이 애초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 ‘직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범죄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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