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왼쪽)과 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황교안 대표에 이어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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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끝에 병원으로 실려가자 한국당은 28일 여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결사 반대'를 외치며 단식 농성을 한 황 대표가 쓰러지자 여야 협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분위기다. 이날 한국당에서는 황 대표 바통을 이어받아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이 동조 단식에 나서는 등 강경 기류가 더욱 확산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투쟁을 이어 소중한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며 "황 대표 단식을 잇는 강력한 정치투쟁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를 저지하는 실질적 투쟁을 병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제1야당의 절규와 호소를 비정하게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구급차에 실려 가는 제1야당 대표를 보고도 전화 한 통 없는 청와대"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가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하니까 다행"이라며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와 공수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민주당은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당과 합의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한국당이 협상에 나서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자체를 수용하면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당 입장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불가피할 경우 국회법에 따른 일방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한편 단식 농성 8일째인 27일 늦은 밤 병원으로 이송된 황 대표는 28일 오전 의식을 되찾자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중인 황 대표는 이날 부인 최지영 여사에게 "단식장으로 다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국당 관계자가 전했다. 황 대표가 단식을 고집하자 최 여사는 "그러면 죽는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기초적인 회복은 됐지만 저혈당과 전해질 불균형 문제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뇌부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해질 불균형 수치가 '경계선' 수준이고, 신장 기능까지 급격히 저하돼 사흘째 단백뇨를 보고 있다고 한국당 측은 전했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 효과로 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한 것도 강경 투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무당층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당은 전주보다 3.1%포인트 오른 33.4%, 민주당은 2.4%포인트 상승한 39.7%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날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고 발언한 것이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는 취지다.
[고재만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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