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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 지 8일 만인 27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황 대표는 이날도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텐트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한 후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들은 물을 잘 먹지 못해 단백뇨가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결국 이날 오후 11시 10분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황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철회 등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 끝에 병원에 이송된 가운데 황 대표 단식이 한국당 결집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단식 중에 이뤄졌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제1야당 대표 단식 중에 패스트트랙을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황 대표를 향해 일던 '인적쇄신론'이나 '단식이 뜬금없다'는 평가는 사라지고, 당대표를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본회의에 부의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는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와 의원직 총사퇴, 총선 거부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선거법 개정안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면 유연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실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변혁을 제외한 여야 논의기구인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로 법안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강행 처리는 여야 모두에 부담인 만큼 한국당 등과 공식 채널로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정상회담은 환영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안위와 관련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재만 기자 / 이희수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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