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필리핀해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에 반대하는 시위가 필리핀에서 진행됐다/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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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만드는 '남중국해 분쟁 방지를 위한 행동규범(COC)'에 일본이 경계하고 있다. COC 제정의 본래 취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군사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만, COC가 오히려 미국과 일본의 남중국해 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되서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남중국해 COC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결과, COC 논의가 중국의 입맛에 맞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중국해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비행장, 레이더 등의 군사시설을 갖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에 사인했지만 DOC에는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DOC에는 UN(국제연합)해양법조약 등 보편적인 국제법을 재확인하고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를 존중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COC 채택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더욱 촉진한다'고 강조해 각국이 COC 채택을 위해 힘쓸 것을 명기했다.
미국과 일본은 COC 논의국은 아니지만, 중국의 군사활동 확대를 경계하고 있어 앞으로 만들어질 COC에 법적구속력을 갖는 분쟁방지 규범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중국은 오랜 기간 COC 논의에 미온적이었지만, 필리핀이 국제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했다. 국제중재재판소는 2016년 7월 중국의 주장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은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비난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판결을 수용하라는 압력을 받고 COC 논의에 참가하게 됐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5월 COC 교섭에 합의하고 다음해 8월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의 주장을 열거한 초안을 정리했다. 이 후 실무자 회의를 거쳐 올해 7월31일 중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초안 1단계가 완료됐다고 발표됐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COC 초안이 기대와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분쟁에 따른 법적 구속력이 기재돼 있지 않고 △분쟁 억지를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기술돼 있지 않으며 △중국은 참가국들에게 역외국 기업과 해양경제협력을 금지하거나 역외국과의 공동군사연습을 제한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에서 자원개발이나 공동연습 등을 할 수 없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목적은 아세안을 자국에 입맛에 맞춘 규범에 속박시켜 남중국해에의 제3국의 관여를 배제하고,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4일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염두에 두고 "국제법에 부합하고 모든 관계자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COC는 중국과 아세안이 만들지만 이후 향방은 일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중국의 의도대로 COC가 실현되면 일본과 미국은 동남아시아 각국과 협력해 남중국해에서 해양자원을 개발할 수 없고 자위대 등 공동연습도 중국의 사전허가가 필요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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