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6일째 황교안 "정신 더욱 또렷…중단 않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청와대 앞 천막에서 엿새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단식을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청와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임시 텐트를 벗어나지 못한 채 거의 누운 상태로 지내면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리고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고 적었다. 이어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 대표 단식 농성 텐트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언주 무소속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박형준 동아대 교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이 찾아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텐트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단식을 빨리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황 대표 기력이 굉장히 빠져 있어 거의 말씀을 못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 있던 한국당 지지자들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김도읍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단식 농성 텐트를 자진 철거해 달라고 요청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황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협의하는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황 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정치라는게 결국 협상이라 우리 당도 하나 내줘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의에 반하는 제도라 강행하면 우린 총선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데 내부적으로 분란을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단식 농성을 시작한 후 황 대표를 둘러싼 리더십 논란과 정풍 쇄신 요구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한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를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를 놓고 한일 당국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설전을 벌이는 것에 대해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무슨 창피한 모습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는 더 이상 너저분하게 늘어놓을 필요 없다"며 "막판 지소미아 파기 철회 결정이 진정한 외교적 성과라면 그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