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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분위기 달라진 韓·日… ‘강제동원’ 톱다운 방식 해결 가능성 [지소미아 종료 연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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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文·아베 정상회담 추진 / 양국 배상판결 입장차 여전히 커 / 관계정상화까진 ‘가시밭길’ 예고 / 日측, 문희상 ‘1+1+α’안 주목 / 국내선 ‘피해자 반발’ 변수 많아 / 수출 규제 문제 다시 꼬일 수도

세계일보

다시 손 잡은 韓·日 외교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수출규제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나고야=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조건부 연기’됐고 한·일 정상의 만남도 추진되지만 양국 관계 회복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한·일 갈등의 시작이 됐던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차가 아직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다 일본 주요 인사들이 ‘일본은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들이 나오는 데 대해 청와대가 ‘청와대가 ‘견강부회’ 해석이라고 맞대응하고 나서며 양국 간 신뢰 문제까지 빚어지는 양상이다. 여러 마찰들을 빠르게 봉합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상이 나서 ‘톱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일본 나고야에서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정상회담을 계속 꺼려 왔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양국의 핵심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두고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양국 관계의 유효기간은 늘었지만 결말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지난 6월 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이른바 ‘1+1’ 방안을 일본에 제시했다. 이에 일본은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이며 이는 국제법도 위반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알파)’ 방안도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피해자 측이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채택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크지 않아 보인다. 이 방안은 기존의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인 기금을 마련하는 ‘1+1’에 한·일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α)을 더해 기금을 조성하는 안이다. 일본은 일단 부정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 안 역시 우리 기업과 국민의 성금으로 일본 기업의 책임을 줄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도 현재 이 안에는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의 사죄 문구가 포함되는 경우의 수도 거론되지만 이는 일본 측이 거부할 소지가 크다.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이와 연계된 수출규제 문제부터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소미아 연장으로 시간을 벌었고, 대화 동력도 마련됐지만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이 다른 모든 문제의 ‘키’(key)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초쯤 시작될 수 있는 일본 기업들의 압류된 자산의 현금화가 시작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일 양국은 우선 정상회담 전까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양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한·일 정상이 적극적으로 나서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달 회담 한 번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양국 정상이 앞으로도 계속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바탕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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