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소미아도 연장됐으니 黃 단식 풀어달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2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를 찾아 지소미아 종료 연장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결정을 내린 뒤 청와대 앞에서 사흘째 단식 투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단식을 풀어 달라"고 권유했다.

황 대표의 단식 투쟁 이유 중 하나인 지소미아 연장 문제의 매듭이 풀린 만큼 단식을 이제 중단해 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제법 등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중지를 요청하며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여야 간 정국 경색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6시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마련된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인 황 대표에게 "방금 우리는 우리 정부의 할 일을, 일본는 일본 정부가 할 일을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며 "곧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양국 간 회담도 열릴 텐데, 회담을 통해 더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수석은 이어 "내일부터 문 대통령께서 해외 정상과의 오찬을 진행한 뒤 모레 오후 부산으로 가셔서 25일 (한·아세안) 환영 만찬을 한다"며 "황 대표님께서 단식을 풀어주시고 만찬도 함께해주시길 다시 부탁드리려고 왔다"고 덧붙였다. 강 수석의 설명에 대해 황 대표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조건의 일부가 받아들여졌다. 앞으로 지소미아가 폐지되는 것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강 수석은 "황 대표님 말씀이 무엇인지 알지만, 지소미아 종료는 저희들의 권리이고 여전히 저희들이 갖는 협상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철회가 이뤄졌지만, 황 대표는 무기한 단식 투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입장 발표에서 "이제 산을 하나 넘었다"며 "(황 대표는) 이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한 단식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수석이 '지소미아가 앞으로도 대일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 대변인은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회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논의 후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특히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에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지소미아 파기 철회 등을 촉구하면서 지금 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야권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사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 대표는 다른 정당들의 비방에 개의치 않는다며 단식 투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이틀이 지났다.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저의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혁신도 통합도 믿어 달라. 모두 제가 책임지고 해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소속 의원 전원 불출마와 당 해체를 촉구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황 대표의 농성장을 찾았다. 김 의원은 황 대표의 안부를 묻고서 "그런(당 해체·의원 일괄 불출마) 발표를 하면서 미리 상의드리지 못한 점을 양해해 달라"며 "우리 당이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충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내에선 황 대표의 단식에 힘을 모아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다른 정당들의 비방에 강력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황제단식·갑질단식' '생떼·민폐' 등으로 표현했고,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코미디'라며 "다음 순서는 사퇴"라고 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격 없고 품격 없고 인격 없는 민주당 사람들하고 참 같이 정치하기 힘든 시대"라며 "여당 이중대 삼중대인 야당 대표들(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의 단식 투쟁 때 우리 한국당이 어떻게 했는지 한번 돌아보라"고 일갈했다.

[김명환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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