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평시 대비 82% 운행…열차 운행률도 70∼80%로 급락
"주말엔 더 큰 혼잡 예상"…물류 운송량도 28%로 감소
'들어갈 자리 없어요' |
수도권 전철 운행량이 평시 수준과 비슷했던 파업 첫날과 달리 이날부터 수도권 광역전철 운행도 감축되면서 출·퇴근길 교통 혼잡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뿐 아니라 여객과 화물 열차의 운송률도 각각 63.3%와 28.6%로 줄어들면서 주말과 이어지는 금요일부터는 늘어날 열차 이용객을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주말 서울 등 곳곳 주요 대학에서 진행 예정인 대입 논술시험 등에 응시하는 수험생들도 열차표를 구하는 데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 퇴근길 어쩌나…수도권 전철 운행 축소에 시민들 '발 동동'
코레일이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대체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대체 인력이 적은 오후에는 배차 간격이 30분을 넘기기도 했다.
서동탄행 일반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 박모(37) 씨는 "배차 간격이 평소보다 훨씬 늘었고, 그나마도 인천행이 대부분이라 서동탄행을 타려면 지금부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평시 하루 162회 운행하던 경의·중앙선은 운행 횟수가 124회로 줄면서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ITX의 경우 이용객이 많은 금∼일요일의 운행률이 58∼5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파업 여파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전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82% 수준이었다. 운행률 86.1%를 기록했던 파업 첫날보다 4%포인트가량 더 줄었다.
한국철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출근 시간 92.5%, 퇴근 시간 84.2%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철도가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전철은 서울지하철 1, 3, 4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등이 있다.
철도파업, 승객들 불편 |
◇ 서울행 SRT 일찌감치 매진…수험생 수송 비상
특히 금요일 오후부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KTX는 이미 대부분 매진돼 논술시험을 치러 상경하는 수험생과 한·아세안 정상회담 참석차 부산으로 오는 행사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말인 22일에는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면접이 시작되는 등 대학 입시 일정이 이어질 전망이라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편이 예상된다.
평시 대비 100% 운행되는 SRT는 부산∼서울 열차표가 이미 매진된 상태다. 운행이 중단된 열차가 많은 KTX보다는 100% 운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SRT 예매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서울역도 전날처럼 전광판에 철도노조 파업을 알리는 문구를 띄워놓았고, 12개 매표소 중 5개만 창구를 열었다.
파업으로 변경된 열차 운행표를 A4 용지에 인쇄해 시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비치하기도 했지만, 지연 운행에 따라 열차 시각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부산역 앞에 모인 철도노동자 |
대전역에서도 예매한 열차 운행이 취소되거나 현장에 표가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파업 여파로 발권 창구가 평소 절반 이하로 운영됨에 따라 시민들은 승차권 발권을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경기 고양시 KTX 행신역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부산(3편), 마산(1편), 포항(1편)행 열차 등 5편이 정지됐다.
다만, 경남 창원중앙역, 전북 익산역과 전주역, 광주 송정역, 청주 오송역 등은 70∼80%대 운행률로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이날 전국의 KTX는 평시 대비 76%만 운행하고, 일반 열차는 65.2% 수준으로 운행된다.
대체 인력(1천668명)을 포함한 근무 인력은 1만9천477명으로, 평시 대비 77.8%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과 KTX에 내부 직원과 군 인력 등 동원 가능한 대체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할 예정"이라며 "그래도 혼잡이 예상되니 시민들은 버스 등 다른 교통편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돌입 |
◇ 화물 운송량 평시 28.6%…철강·시멘트 업계 비상
화물 운송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처리량이 가장 많은 부산신항역과 부산진역은 파업 전에는 각각 하루 1천100TEU, 750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했지만, 현재 화물량이 350TEU, 240TEU로 3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급한 화물은 차량으로 운송하고 있어 아직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쌓이는 수준은 아니라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
시멘트 공장이 몰려있는 충북 단양과 제천 등 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 시멘트 공장은 전체 물류에서 철도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하지만, 파업 여파로 평시 대비 31% 수준으로 운송량이 대폭 줄었다.
시멘트 업체들은 군포, 수색, 광운대역 등 수도권 철도기지창에 마련된 저장소(silo)에 최대한의 재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강원도 역시 하루 33회 운행하는 화물 열차가 파업 이후 4회 운행으로 급감하면서 시멘트 업체 2곳과 광업소 5곳이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굳은 표정의 김현미 장관 |
◇ 김현미 "무조건적 노사합의 능사 아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데)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며 "무조건적 (노사) 합의가 능사는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장관은 "노와 사가 인력 증원 규모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합의에 대한 근거와 재원 대책, 자구노력이 뒷받침된 단일한 안을 갖고 오면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데 사전 조율 없이 파업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노사 간 합의하면 어느 정도 선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철도노조는 대전과 전북, 부산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철도 인력 확보 등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는 ▲ 4조2교대제 도입을 위한 인력 4천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임금 수준 개선 ▲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SR과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 중이다.
(나보배 천정인 박의래 김주환 노승혁 유의주 한종구 전창해 이정훈 이재현 홍창진 윤태현 손형주 권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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