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초로 이뤄놓은 것들이 결국 후배 여군들에겐 한계와 기준이 되기도 했다. 나의 한계가 후배들 한계로 머물지 않도록 어려운 순간들마다 최선을 다했다."
21일 제23대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에 취임한 강선영 소장이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 소장에게는 늘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었다. 육군 주력 헬기인 UH-1H의 최초 여성 정조종사, 최초 여성 특전사 강하조장, 최초 여성 항공대대장, 최초 여성 항공단장 등 그가 군에서 이뤄낸 대부분이 곧 여군의 새로운 역사였다. 최초 여성 장군이기도 한 강 소장은 최근 하반기 장군 진급 인사를 통해 여성 최초로 사령관 자리에 올랐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강 소장을 스스로 더욱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그가 써내려가는 여군 역사가 후배들에겐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정예 특수부대인 특전사 707대대 출신인 강 소장은 "내가 사격을 잘하면 '여군들도 사격을 잘할 수 있구나', 달리기를 잘하면 '여군들도 남성 못지않게 뛸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더라"며 "그러나 반대로 특정한 어떤 것을 내가 잘 못하면 '여군은 이것을 잘 못하는구나'라고 여기며 아예 시키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군으로서 군생활을 하며 굉장히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내가 못하는 것들이 나의 한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후배들의 제한과 한계로 머물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후배 여성 장교들에게 그는 지휘관으로서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강 소장은 "훈련을 나가도 지휘관들은 여건이 상시 좋다"며 "그러나 부하들은 리더가 자신과 똑같이 한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지휘관을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지휘관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배려를 받지만, 그 배려가 '중요한 지휘 결심과 명확한 판단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난 지휘관이다, 난 여군이다' 이런 생각에 갇혀 있으면 절대 부하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이제 '여군은 이렇다'고 일반화하지 않는다. 여군이든 남군이든 개별적인 능력에 맞게 보직과 기회를 많이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여군들 여건이 많이 개선된 만큼 희생과 노력으로, 자신으로 인해 부대에 승수효과가 발휘되는, 그런 여군이 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는 오늘 항공작전사령관이 됐지만, 우리 후배들은 나보다 더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