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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왕치산 "보호주의·포퓰리즘에 국제질서 공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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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 민주화 법안 통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기류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최고위 당국자들이 잇달아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발언을 내놓아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올해에 '1단계 합의'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무역합의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중국이 그만큼 미국과 무역합의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블룸버그LP 주최 뉴이코노미포럼(New Economy Forum) 기조강연에서 "우리는 제로섬 게임과 냉전식 사고 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주석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결국 중국은 미국과 화해를 통한 합의를 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주석은 우선 보호주의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보호주의와 포퓰리즘 때문에 국제 질서가 공격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구축하면서 다자주의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은 누구를 비난하고 원망하기보다 스스로 일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왕 부주석은 미국 공격 속에서도 미·중 갈등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발전은 균형 있고 포괄적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경제 글로벌화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왕 부주석은 "국가는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로운 경제 발전의 길을 고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류허 중국 부총리 역시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전날 뉴이코노미포럼 만찬에 참석해 "(1단계 무역합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류 부총리가 참석자 중 한 명에게 미국의 요구를 두고 "혼란스럽다"고 밝혔지만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확신을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위급 정치 지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협상에 대해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에서 충분한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가운데 미국 상원과 하원은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홍콩 인권 민주화 법안을 통과시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내 협상 기류를 근거로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가 원론적인 내용을 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포럼은 지난해 미디어그룹 블룸버그LP가 싱가포르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올해 2회 행사가 중국 베이징 엔치호 국제콘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포럼에서는 300여 명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대주제 없이 미·중 무역전쟁, 금융위기, 경제 시스템 전환, 브렉시트, 기술 관련 세션들이 열렸다.

주요 참가자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등이 눈에 띄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LP 창업자 겸 전 뉴욕 시장은 행사 직전 불참했다. 포럼 등록 한국 언론사 중 매일경제신문이 유일하게 참가했다.

[베이징 = 윤원섭 기자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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