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종사자 자료사진 - 서울신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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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달 1일부터 이륜차(오토바이) 사고가 잦은 곳을 중심으로 고성능 캠코더를 활용한 ‘암행단속’에 나선다.”
# “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를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국민제보 앱 화면에 ‘이륜차 항목’을 신설하겠다.”
# “적발된 운전자가 배달업체 소속이면 경찰관이 업소로 찾아가서 운전자에게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한다.”
# “난폭운전에 대한 기획수사도 추진한다.”
21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이 배포한 ‘이륜차 안전운행 및 사고예방을 위한 홍보 및 단속’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노동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배달 종사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운전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어서다.
배달 종사자들이 위험천만한 운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플랫폼 노동의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마련한 이유는 최근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오토바이 가해 사고로 연평균 보행자 31명이 사망했으며 36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연평균 8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문제의 원인을 ‘단속 시스템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들의 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무인 시스템이 없는 데다가 경찰차로 추격하자니 2차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다음달부터 상습 법규위반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차가 아닌 일반 차량에서 고성능 캠코더를 동원해 오토바이 고위험 위반 행위를 ‘암행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청 등을 중심으로는 이른바 ‘폭주레이싱’에 대해서 기획 수사도 추진하고 도로교통공단의 연구용역을 통해서 무인단속장비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배달 종사자들이 이렇게 빠른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은 쏙 빠졌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보호 대책도 부실하게 언급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시행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서 배달 중개업자에게 운전자의 안전모 착용 확인 의무를 부과했다는 내용과 함께 국토교통부와 협업해서 안전 운행 관리를 충실히 한 사업자에게 인증서를 주겠다는 내용 정도다. 물론 일부 배달 종사자의 과도한 난폭운전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달앱을 통해 일하는 종사자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서 임금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건당 2000~3000원 정도다. 오토바이 유지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1시간에 최소 4~5건은 배달을 해야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배달의민족 등 유명 배달앱에서는 ‘번쩍배달’ 등 신속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빠른 배송에 대한 종사자들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용부와 경찰청은 21일부터 열흘간 관계기관과 배달 전문업체와 합동 간담회를 열어 교통안전 확보 등을 논의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단속을 강화하면 성과를 쉽게 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면서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고 고정급이 보장되면 훨씬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안전배달료’ 등을 도입해서 배달 단가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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