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특별장학 결과 발표…"일부 부적절 발언은 있어"
조희연 "이번 사태 성찰 계기로…정치교육 원칙 만들 것"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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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정치편향·사상주입교육 의혹으로 논란이 된 서울 인헌고 일부 교사들에 대해 법적·행정적 징계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해당 교사들이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지속적·반복적·강압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현장에서의 정치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헌고 관련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장학은 학교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에 대해 교육당국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처를 하기 위해 진행하는 현장조사를 말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달간 인헌고 전교생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이른바 인헌고 사태는 지난달 17일 이 학교 일부 교사가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마라톤 행사를 위한 사전교육 때에도 반일구호 포스터 제작을 강제하고 2학기 수업시간 때 일부 학생들을 향해 '조국 관련 뉴스는 가짜뉴스', '너 일베냐'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후속 증언도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다수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인헌고 사태가 다뤄지자 서울시교육청이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장학을 통해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지만 전후맥락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을 법적·행정적 징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내 마라톤 행사는 사회현안인 한일 관계를 다룬 것이어서 특정 정치 사상을 강요하거나 정파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또 마라톤 행사 과정에서 나온 반일 구호는 '일본의 경제침략을 반대한다' 등 일반적 내용이었고 이를 복창하지 않은 경우 제재·강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시간 중 '조국 관련 뉴스는 가짜뉴스', '너 일베냐'와 같은 발언도 있었지만 이를 특정 교사가 반복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부 학생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응하다 의도치 않게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짚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는 점, 다문화가정이나 일본기업 근무 가족을 둔 학생이 있다는 점, 선창·복창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또 '일베' 같은 발언은 해당 학생의 자존감을 상하게 했고 다양한 학생 구성이나 학생 입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후속조치 계획도 내놨다. 인헌고 사태와 같은 사안의 재발방지를 위해 '서울형 사회현안(정치) 교육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안을 겪으며 교육청의 책임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사회현안 관련 토론교육이나 일상적 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성의 범위와 한계, 사회적 통념이나 인권 등의 국제적 규범에 반하는 학생 발언에 대한 교사의 지도 책무와 방향 및 정치적 편파성 범위에 대한 규범과 규칙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사태를 누가 더 잘못했는가 하는 관점이나 법적·행정적 처벌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며 "성찰적 변화와 그동안의 모호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규범과 규칙 정립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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