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 발표
"일부 부적절 발언 있었지만 징계 성격 아냐"
행정처분 및 특별감사 실시하지 않기로
TF 꾸려 사회현안교육 규범·원칙 마련키로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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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의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일었던 서울 인헌고에 대해 “교원들이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강제로 가르치거나 정치 편향·정파적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주의·경고 등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회현안교육(정치교육) 규범과 원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단지 전후맥락 상 교사의 발언을 법적·행정적 징계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인헌고 일부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일부 교사들이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학생수호연합은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일부 교사들이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고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 띠를 몸에 붙이고 달릴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학생을 극우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으로 매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별장학은 지난달 22일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 2명에 대한 면담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23일에는 전체 학생(441명)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설문결과, 21명의 학생은 선언문 띠 제작에, 97명의 학생은 마라톤 구호 제창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또 29명은 교사가 `조국 뉴스는 가짜다`라고 하는 것을, 28명은 `너 일베냐`고 발언하는 것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특정반이나 학년에 집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난 18일에는 △특정 사상을 조직적·의도적·지속적으로 강제했는지 △특정교사가 반복적으로 발언했는지 △교사가 어떤 맥락에서 발언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교장·교감·교사 대상의 심층 면담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행위를 특정 정치 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검토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의 발언을 법적·행정적 징계 대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또 지속적·반복적·강압적으로 이뤄지는 교육활동이라고 규정짓기도 어렵다고 봤다. 교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 해결 노력을 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사회적 현안 교육에 대한 규범과 원칙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통념에 따라 통상적 시민으로서 교육적 지도과정에서 한 발언과 행동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반일 문구 띠 제작 등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교내 단축 마라톤`의 사전 교육활동은 통상적 방식으로 자유롭게 진행됐다. 반일 구호 복창도 사회적 통념에 따른 것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한일관계에 따른 당시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전체 학생 참여라는 취지에서 구호를 외치게 한 정도라고 판단했다.
일부 교사가 수업 시간에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일베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수업 진행상 불가피했거나 지도 차원에서 나온 우발적 발언이라고 봤다. 교육청에 따르면 `일베` 발언의 경우, 교사가 일베 사이트에서 추천은 `일베`로, 비추천은 `민주화`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민주화라는 단어의 부정적 사용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이를 사회통념 수준에서 나온 교육적 발언으로 보고 교사의 교육권한을 심대하게 벗어난 것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 측과 일부 교사들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계자는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의 문화 이해, 행사 취지와 배경 설명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학생의 감수성이 예민하고 교사의 영향이 지대한 상황에서 돌발적이고 거침없는 학생발언에 대응해 의도치 않은 일부 표현을 사용해 학생이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한 점은 성찰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교육에서 정치적 중립성의 범위와 한계, 교사의 지도의 범위와 방법 등 사회현안교육(정치교육) 규범과 원칙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담 TF를 구성해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원칙(1976)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 제4조(기본원칙) 등을 참고해 `서울형 사회현안(정치)교육 원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촛불 이후 학생들의 주체성도 높아진 상황임을 고려해 사회적 통념과 다른 의견을 갖는 학생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학교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며 “향후 인헌고에 유사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적절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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