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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백번 양보해 좋은 점만 생각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집이 청결하고 패드 구입비가 안 든다. 규칙적으로 산책 수발을 들다 보니 건강 지표라는 ‘하루 만 보’도 거뜬하다. 그런데 이런 실외 배변의 장점들을 무색케 하는 강력한 단점 하나가 있으니, 바로 산책의 압박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가야 한다. 참고 참고 또 참는 실외 배변견을 키우는 반려인에게는 늘 ‘방광염’의 위협이 도사린다. 하여 개는 참아도 사람이 못 참고 뛰쳐나가는 것인데, 방광염도 걱정이지만 ‘참느라 얼마나 힘들까’ 하는 안쓰러움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동병상련의 반려인이 꽤 많다. 인터넷에는 갖가지 실내 배변 유도법이 등장한다. 잔디 배변판으로 효과를 봤다는 둥, 밖에서 볼일을 볼 때마다 노래를 들려주어 세뇌시킨 뒤 집에서 그 노래로 소변을 유도해 성공했다는 둥. 한 블로거는 밖에서 눈 응가를 집으로 가지고 와 몰래 배변판에 올려둔 뒤 반려견을 불러 “땅콩이가 이랬어? 아유, 예뻐라!” 하면서 폭풍 칭찬과 간식을 투척했는데,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반려견이 무려 55일 만에 실내 배변을 했다고 한다. 한탄과 자조를 넘어 득도의 경지에 이른 댓글도 보인다. “출근 전, 모닝 응가를 봐야 마음이 편해요.” “완전 지쳐서 퇴근해도 산책 나갈 힘은 있더군요.” “우비 입은 모습에 심쿵해서 갑분 포토타임을 즐기기도 해요.” “저는 하루에 다섯 번 나갑니다. 그래 봐야 24시간 중 3시간밖에 안 돼 여전히 미안해요.” 텔레비전에서는 9년째 점심을 거른 채 집으로 달려와 반려견 실외 배변을 시키고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장인도 소개되었다. 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강형욱 훈련사는 “실외 배변은 자신과 보호자의 공간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건강한 반려견의 본능”이라 했지만,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합의점을 찾으려면, 아니 최소한 아프거나 연일 날이 궂어 산책을 못 나갈 때를 대비해서라도 실내 배변을 병행해 줬으면 하는 바람, 쉽게 포기가 안 된다. 권혁필 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는 실내 배변을 유도하는 방법을 이렇게 두 가지로 제안한다.
첫 번째는 반려견의 배뇨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빈 그릇에 물을 조금 붓고 간식을 띄운다. 반려견이 간식을 다 먹으면 한 번 더 반복한다. 이제 리드줄을 하고 현관 문을 여는데, 나서자마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 리드줄을 푼다. 30분 뒤 다시 채비를 해 현관을 나섰다가 또 곧바로 돌아와 리드줄을 풀고 20분간 쉰다. 한 번 더 나갔다 들어오고 10분간 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반려견이 현관을 나서다 그만 소변을 보게 된다. 바로 이때! 반려견을 칭찬하고 덤덤히 소변을 치운 다음 보상으로 ‘진짜’ 산책을 나간다. 훈련 기간 동안 기본 산책은 짧게 끝내야 한다. 산책이 길어지면 반려견이 밖에서 일을 다 보기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이렇다. 평소 소변을 자주 보는 곳에 미리 배변판을 설치하고 흙과 낙엽을 뿌려 둔다. 앞의 첫 번째 방법을 한두 차례 반복한 뒤 반려견을 데리고 나가 배변판으로 유도한다. 배변판 위에 소변을 보면 칭찬하고, 흙과 낙엽을 점차 줄여 나가다 실외 배변판 사용이 익숙해지면 배변판을 실내로 가져온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최애 간식? 격한 칭찬? 아니다. 반려인의 ‘인내심’이다. 반려견을 다그치고 혼내면, 산책 노역은 계속될 것이다. 영원히.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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