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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케이블 삼킨 IPTV 천하…콘텐츠 시장 '빈익빈부익부' 묘안 마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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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질 IPTV, 중소PP 프로그램사용료 '헐값' 우려…'가이드라인' 유명무실

대부분 PP 올해 계약없이 프로그램 송출…"사용료 제값 지급이 콘텐츠질 높여"

뉴스1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당면 과제와 향후 정책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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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유료방송사간 인수합병(M&A) 심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는 다른 주무부처로서 고유의 잣대를 갖고 엄격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케이블 일색인 유료방송 시장에서 11년만에 IPTV가 헤게모니를 얻게 되면서 중소 '콘텐츠' 시장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심사 건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으나 공통분모에는 '중소 PP'가 자리한다. 이번 M&A의 가장 큰 특징은 유료방송시장이 IPTV 계열로 헤쳐모이는 데 있다. 지난 2017년 출범 10여년만에 전통 유료방송플랫폼인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추월한 IPTV는 이후 그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하면 몸집이 커지고, 커진 몸집만큼 힘도 세진다. 그 세진 힘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PP가 격주로 성명을 발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P는 tvN이나 OCN, Mnet, SPOtv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IPTV나 케이블TV 등 플랫폼의 한 채널을 부여받아 방송하는 업체다. 지난 10월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PP 사업자는 437곳이다. 화면 제공 없이 음악이나 데이터만 송출하는 PP 약 90여곳이 포함된 개수다.

유료방송사들은 이들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이들에게 '프로그램사용료'를 지급한다. 양측의 입장이 갈리면서 중소PP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워 PP를 평가한 후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사용료를 지급한다. 공적인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이 아닌 유료방송사업자 스스로 평가기준을 세우는 만큼 '왜곡'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 자체제작하는데 쓴 비용에 30점이라는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나머지 70점은 유료방송사에 대한 업무협조나 경품 지원 등 '정성평가'를 둔다. 정성평가 점수를 유료방송사업자 임의대로 줄 수 있는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또 PP를 보유한 유료방송사가 자신들의 PP에 더 많은 사용료를 주거나, PP를 보유한 다른 유료방송사와 짬짬이해 서로 도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300~400곳의 중소PP는 200여개 남짓되는 유료방송사의 채널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들이 설정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악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방송사업자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소기업 PP 81곳의 평균 매출은 17억원, 평균 광고매출은 4억원, 평균영업손익은 마이너스 6억원이다. 반면 대기업 계열 PP 29곳의 평균매출은 3704억원, 평균 광고매출 459억원, 평균 영업손익 214억원이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의 격차다.

특히 IPTV는 자본력과 영향력이 날로 증가함에도 케이블TV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적게 지급하고 있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는 수신료 매출의 25% 수준을 일반 PP에 배분하는 반면, IPTV사는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PTV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가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기준 전체 유료방송사업자 13곳 가운데 PP와 올해 방송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완료한 곳은 3~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계약이 만료됐지만 유료방송사들은 계약 자동연장 조건을 내세워 PP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재송신료(CPS), 홈쇼핑PP 등 규모가 큰 사업자와 먼저 계약을 맺고 남은 금액으로 중소PP와 마지막에 계약을 하고 있다. 계약을 미룰수록 프로그램사용료를 낮출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PP 관계자는 "PP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하는 현시점에서 계약 체결 지연이라는 그릇된 관행이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로 개선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지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지행위 등 입법을 통해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콘텐츠 파워를 앞에 두고 중소PP에 제대로된 사용료를 지급한다고 해서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소PP는 낚시나 바둑 등 특수장르 방송을 하는 곳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한 유료방송 전문가는 "중소PP사업자들도 매출을 올려야 재투자를 할 수 있는데 적자를 면하기에 전전긍긍한다면 공격적인 재투자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며 "방송콘텐츠 산업을 쥐어짜는 전략은 같이 말라 죽는 공멸의 길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심사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중소PP가 현실적인 프로그램사용료를 받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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