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 한국 전시에 적극적인 입장…불상 대여 비용·절차 관건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 |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2년 전에 보고 또 뵈었더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오심스님은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정부가 한국에 처음으로 대여하기로 결정한 석가모니 고행상(苦行像)을 친견(親見)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조계종 파키스탄 방문단 일원으로 17일 현지에 왔다. 이어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일행과 라호르 박물관을 찾아 전시 중인 고행상 앞에서 입재를 올렸다. 방문단의 파키스탄 순례를 알리는 의식이다. 잔잔히 울려퍼지는 목탁 소리에 고행상 앞에 머리를 숙인 많은 스님이 깊은 감상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날 오심스님은 방문단에 동행한 취재진에게 "세계에서 유일한 고행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설명하며 "불자들은 고행상 하나만 보더라도 파키스탄을 찾을 이유가 있다"고 의미를 더했다.
원행스님을 공식 초청한 파키스탄 정부는 한국 불교단의 방문 동안 지자체, 중앙 정부가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의 고행상 전시에 큰 공감을 나타냈다.
고행상 마주한 총무원장 원행스님 |
이날 임란 칸 총리도 방문단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고행상을 한국 불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원행스님 요청에 흔쾌히 동의를 표했다.
이같이 고행상의 첫 한국 나들이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제 남은 일은 실제 대여를 위한 양국 간 실무 협의다.
조계종은 2년 전에도 파키스탄 정부와 고행상 대여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실제 불상의 대여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2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행상이 전시된 라호르박물관은 파키스탄 펀자브주(州)에 있다. 유물 보존·관리에 권한이 있는 펀자브주 정부부터 조계종의 한국 전시 요청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심스님은 "(원행스님과 환담한) 펀자브 주지사가 언제든 흔쾌히 (대여가) 가능하다고 해 놀랐다"며 "그분들이 먼저 문화교류 협력단을 구상했으면 좋겠다고도 해 놀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이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지만 대표 불교 문화재인 고행상을 외부로 반출하는 문제인 만큼 양국 간 협의체에는 종단을 넘어 문화재 관련 기관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탄문스님 |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탄문스님은 이날 "종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상호 연계해서 협의에 나서면 고행상을 모셔오는 일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꼭 성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고행상을 처음 보게 됐는데 부처님의 고행했던 모습이 떠올랐다"며 "고행상을 대여해 오면 대한민국에도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이 고행상 한국 전시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배경에는 이를 매개로 한국과 불교 문화재 관련 기술 협력, 나아가 한국민의 파키스탄 방문이 확대돼 관광수익 증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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