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다가 갑자기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작년 여름 러시아 월드컵 때 일부 국가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이용자와 가까운 ‘에지(edge, 가장자리)’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톰 레이튼 아카마이 공동 설립자 겸 CEO는 20일 "미래는 에지를 향해 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IoT(사물인터넷) 기기 증가,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량에 대응하려면 중앙(코어)에서 데이터를 모두 처리·분석하는 클라우드를 넘어 에지 컴퓨팅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톰 레이튼 아카마이 CEO가 20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아카마이 엣지 서밋 서울 2019’에서 폭증하는 데이터 처리·분석 방법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아카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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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마이는 1998년에 설립된 세계 1위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다. CDN이란 에지 서버를 이용해 동영상이나 게임 등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 이용자에게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한다. 통신사 기지국처럼 곳곳에 분산된 소규모 서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최근엔 에지 서버에 컴퓨팅 능력을 접목, 에지 컴퓨팅 전문 업체로 발돋움 하고 있다.
아카마이는 인터넷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일찌감치 이용자(end user)와 가까운 위치에 에지 서버를 만드는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현재 전 세계 136개국 1000개 도시에 걸쳐 26만5000대의 에지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서버가 처리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하루 50Tbps(초당 테라비트, 1테라비트는 1조비트)에 이른다. 한국에도 이미 8개 도시 28곳에 에지 서버를 설치했다.
실제로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웹사이트 용량은 최근 1년 동안 70% 증가했고, 오는 2022년까지 모바일 기기에서 비디오 데이터 트래픽이 79%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0월 역대 최대를 기록한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106Tbps)은 1초에 2시간 길이의 HD 영화 3300편을 내려받는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레이튼 CEO는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코어 데이터 센터는 최종 이용자와 멀리 떨어져 있고, 트래픽이 몰리면 혼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커를 비롯한 범죄자들의 공격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현재 에지에서 처리하는 테이터 용량은 10% 이하지만, 2022년엔 5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갈수록 더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재생) 서비스, 대용량 게임을 쾌적하게 이용하길 원한다"며 "중앙 데이터센터만 이용하면 용량 불균형이 발생한다. 효율성, 확장성, 민첩성을 고려하면 클라우드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레이튼 CEO는 5G 상용화, IoT 기기 증가에 따른 인터넷 이용 환경 변화도 강조했다. 특히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5G가 상용화되면서 데이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5G 선도국인 한국에 에지 서버 증설 등 추가 투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픽=박상훈 |
레이튼 CEO는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길 원하면 에지 컴퓨팅을 활용해야 한다"며 "미디어, 소매업체, 사스(SaaS,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블록체인 등 분야의 기업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했다.
레이튼 CEO는 1978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기공학·컴퓨터 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81년 MIT에서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아카마이를 공동 설립한 후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로 근무하다 2013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분산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한 아카마이는 콘텐츠 전송, 인터넷 프로토콜, 네트워크 알고리즘, 암호화 등 관련 특허를 5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0년 IoT 기기 숫자는 204억대에 도달할 전망이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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