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장대호(39) 씨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장씨는 지난 8일 오전 자신이 일하는 서울시 구로구 모텔에서 투숙객(32)와 다툼을 벌이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씨는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모텔 투숙객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장대호(38)가 지난 11일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그 이유를 '사형'선고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과 사법절차에 따르면 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요구다.
형사소송법 제368조에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으로 피고인이 억울한 경우 항소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피고인이 원해서 항소하는데도 2심에서 더 무거운 형이 나올 수 있다면 항소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장대호의 경우, 스스로 항소하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은 경우엔 원칙적으론 '사형'을 선고받을 수 없다, 다만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검찰도 항소해 쌍방 항소가 된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도 지난 11일 장대호에 대한 1심 형량에 불복하고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피고인과 검사가 쌍방 항소한 사건이므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본 사건에서 피고인은 삶을 포기하고, 자신의 내적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법원을 조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항소심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이유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엔 재판부는 변론없이 판결로 항소를 기각할 수도 있다. 지난 11일 접수된 항소장과 항소이유서에 적힌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장대호 주장대로 '사형'선고라는 중형을 원해 항소한다는 내용의 항소이유는 소송법에선 인정되진 않는다.
또한 김 변호사는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다면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살아나서 사형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대호 사건은 변호를 맡고 있는 국선 변호인과 장대호의 주장이 1심에서 엇갈린 것도 눈에 띈다. 장대호는 살인의고의도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한 반면, 국선 변호인은 양형을 가볍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때에 따라 국선을 맡은 변호사와 피고인의 변론 반향이 전혀 다른 경우, 법정에서 서로 다른 주장이나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억울한 범인으로 몰렸던 윤모씨의 경우에도 2심부터 일관되게 범행자백을 번복하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당시 국선 변호인들은 윤씨의 주장을 무시하고 범행을 인정하고 양형만 가볍게 해달라는 취지의 변론으로 일관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편 장대호는 지난 8월8일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 시신을 비닐봉투에 나눠 담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강에 유기했다. 한강 마곡철교 인근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는 남성의 몸통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피해자 신원이 확인되자 장대호는 같은 달 17일 경찰에 자수했다.
장대호는 “투숙객이 반말과 함께 자신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내뿜고 배를 때린 뒤 숙박비를 내지 않으려고 해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원이 장대호와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면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게 된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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