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은행 실무진, DLF 대책 의견 조율
"공모신탁은 팔게 해달라" 이번주 중 건의
현재 은행권 DLT·ELT 판매 43조원 육박
당국은 시큰둥…"사모·공모 구분 애매해"
[그래픽=김정훈 기자] |
◇사모·공모 모두 신탁 판매 금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탁을 파는 대다수 시중은행의 실무 부서장들은 은행연합회 자금시장부와 함께 지난 18일부터 금융당국의 고위험 투자상품 보호 대책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이 대책은 최근 일부 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의 후속으로 나온 것이다.
은행권이 주목하는 건 신탁 판매 금지 방침이다. 당국은 이번 대책을 통해 “은행이 원금 손실률이 높은 고위험 상품을 파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꺼낸 게 투자자 보호 장치를 잘 갖춘 공모펀드는 팔되, 고위험 사모펀드는 판매하지 말라는 방안이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그 대상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신탁 상품의 판매 금지는 사모와 공모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은행권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실무 담당자는 “펀드는 사모만 판매를 제한했지만 신탁은 통째로 금지 항목에 있다”며 “신탁은 사모와 공모 모두 팔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는데, 이는 지나친 규제”라고 했다. 각 은행은 은행연합회 채널을 통해 물밑 논의 후 공모신탁은 팔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이번주 안으로 당국에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이 반발하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신탁의 판매 규모가 큰 만큼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가 첫 손에 꼽힌다.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DLS)은 금리와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이 중 주가 지수 혹은 개별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게 주가연계증권(ELS)이다. DLS를 펀드로 팔면 DLF이고, ELS를 펀드로 담아 판매하면 주가연계펀드(ELF)다. DLS와 DLF를 신탁으로 팔 경우 각각 파생결합증권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이 된다.
◇“가계 자산증식 기회 앗아가는 것”
문제는 ELT는 판매 규모가 40조원이 넘는 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은행권의 DLT와 ELT 판매 잔액은 42조8000억원. 이 중 ELT가 40조원 이상이다. 금융위 발표를 보면 신탁 판매 금지로 이 시장은 없어질 게 유력하다. 은행권 한 인사는 “펀드 규제처럼 공모 ELS는 신탁 판매를 풀어줘야 한다”며 “4조원 남짓한 DLF가 말썽을 일으키니 10배가 넘는 시장을 없애려는 것은 사고가 났으니 차를 팔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전체 ELS 발행 중 공모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주변에 “(고강도 대책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이유는 소비자의 자산 증식 차원에서다. 현재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 초중반대다. DLS와 ELS는 그보다 더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 상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연간 환산)은 각각 3.3%, 4.9%. DLS와 ELS의 총 발행 중 약 40%는 은행이 파는 펀드와 신탁에 편입돼 있다.
하지만 당국의 시각은 은행권과 다소 다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탁에서 사모와 공모를 구분하는 것은 애매하다”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은행권의) 얘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은 특정 개인을 투자자로 모아 파는 것인 만큼 사모에 가깝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신탁은 공시 의무 등이 있는 만큼 공모 성격이 있다고 보는 은행권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은 위원장은 “조만간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만나기 위해 실무진에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신탁 판매 금지는 은행과 증권 등의 결합점포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공모신탁은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있다”며 “은행이 신탁을 팔 때 공시 의무 등 사모와 공모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대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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