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시장교란 '주범'…정책 일관성·시장혼란 우려
"한시적으로 거래세 낮춰 주택시장 물량 공급 늘려야"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양도세와 보유세 문제는 참고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게 양도소득세를 낮추고 대신 보유세를 높여 무주택자들이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더욱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서울 집값은 꾸준한 상승세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08% 올랐다. 집값은 지난해 고강도 규제 정책을 꼽힌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7개월간 하락하다 올해 7월부터 20주 연속 상승세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다주택자 증가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양도세 중과 조치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강화 등 다주택자들을 옥죄는 전방위 규제 정책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오히려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19일 발표한 '2018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219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이자, 2017년 211만9000명보다 7만3000명 증가한 것이다.
또 전국 주택 소유자 1401만 명 중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전년 15.5%보다 0.1%p 상승했다. 주택 2채를 보유한 경우도 166만 명에서 172만1000명으로 6만1000명 증가했다. 3채 보유자도 27만2000명에서 28만 명으로 8000명 늘었다. 5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도 11만5000명에서 11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거주지 기준 주택 소유자 중 2채 이상 다주택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서울 강남구가 21.7%로 전국 1위다. 서울 강남구 주민 14만4400명 가운데 3만1300명은 다주택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제주 서귀포시 20.9%, 세종시 20.6%, 서울 서초구 20.5%, 충남 당진시 20.4%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19. dahora83@newsis.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 이후 총 17차례에 걸쳐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는 동안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는 대신 증여를 택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세 신고 대상 재산과 신고 인원은 각각 27조4114억원, 14만5139명으로 1년 새 각각 17%, 13%씩 늘었다. 1인당 평균 증여 신고액은 1억8900만원으로, 2017년(1억8173만원)보다 4% 늘었다.
특히 주택을 포함한 건물 증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신고건수가 4만1681건, 신고액은 8조3339억원 늘어 각각 28%, 42%에 달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최고 62%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 등 대책들이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주택시장에선 정부가 3기 신도시와 소규모 택지지구 등 30만호 신규 공급으로 주택 수요 일부를 분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 매물이 줄어 집값을 오히려 부추기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 입장에서 거래세 인하는 자칫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돼 자칫 주택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거래세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취등록세는 지방세로,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지방재정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일부에선 국세인 종부세가 느는 만큼 이를 지방교부금으로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거래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다만 거래세 비중은 2.3%로 OECD 평균인 0.8%보다 3배 가량 높다. 부동산관련 총 세 부담이 3.1%로, OECD 평균 1.9%보다 1.6배 높다.
주택시장에선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세 인하시기를 놓칠 경우 주택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자칫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시적으로라도 거래세를 낮춰 주택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한시적이라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지금처럼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분양가 상한제와 세금 강화 등 규제 정책은 적절한 처방이 아니다"며 "주택시장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