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서비스’, ‘업무’, ‘심사’, ‘조사’, ‘운전’, ‘이벤트’, ‘판매’ 같은 말들은 주로 ‘개시’와 어울린다. 일상의 말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거나 ‘판매를 시작했다’처럼 ‘시작’과 어우러지는 것과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공공기관의 문장들은 ‘시작’ 대신 ‘개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작’은 사적이거나 일상적인 말이고, ‘개시’는 공적인 말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으로 ‘엄격’이나 ‘근엄’을 드러내려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하나의 관행이나 습관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러다 일상어의 소통력을 간과한 결과를 낳았다.
‘서비스를 개시한다’로 시작하는 문장은 글의 문턱을 높인다.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조금은 옛 시절 문서 읽는 분위기도 낸다.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마치 정해진 하나의 양식 같아 보이기도 한다.
w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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