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는 현재 신용등급 평가대상인 24개 한국 대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LG화학, 현대모비스, SK텔레콤, SK하이닉스, 이마트 등 대표기업들이 포함됐다. 산업별로도 반도체·자동차·철강·통신·유통·정유·화학 등 대부분 주요 업종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인 업종은 한 개도 없다. 특히 반도체 및 전자, 화학산업의 리스크가 가장 크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579개 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38.77%, 순이익은 45.39%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폭은 2011년 이후 가장 크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작년 9.05%에서 올해 5.53%로, 순이익률도 6.73%에서 3.66%로 반토막 났다. 실적 악화의 최대 요인은 상장사 실적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만 각각 57%, 85% 급감했다.
무디스가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2.1%는 정부가 예상하는 2.2~2.3%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것도 올해 성장률 추락에 따른 기저(基底)효과와,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미미한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기대를 감안한 것이다. 실질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는 신용등급에 특히 민감하다. 주요 기업 신용등급 하락은 국가신용등급과도 무관치 않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당장 주식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또 기업들은 외부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더 힘들어지고, 자금조달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기업 실적악화 추세가 굳어지고 경제 전반에 연쇄적 파장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기업활력을 높여 실적을 개선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지금 갈 길 바쁜 기업들이 온갖 정책리스크에 발목 잡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저임금 폭등,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親勞)와, 고율의 법인세 및 규제 등 반(反)기업 기조가 최대 걸림돌이다. 노동개혁, 규제혁파, 법인세 인하 등 기업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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