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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기자수첩]문화기업의 문화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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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대학시절 취업을 준비하던 주변 친구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을 논할 때면 CJ ENM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요즘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한 취업포털 조사 결과 CJ ENM은 네이버에 이어 올해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올랐다고 한다.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CJ ENM이 자랑하는 경영철학 덕분이다. 소위 '힙(Hip,새롭고 개성 강한)'하기론 CJ ENM을 따라올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팔고 이를 통해 문화를 창출한다는 이들의 외침은 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간 보여준 행보도 인상적이다. CJ ENM은 '문화를 통한 사업보국'을 내세우며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글로벌 한류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세계 각국에서 '케이콘(KCON)' 행사를 진행하며 수 백만 외국인에게 K콘텐츠를 소개했고,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까지 도왔다.

문화제국을 향한 여정은 지난 5월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절정을 찍었다. 25년에 걸친 이미경 부회장의 뚝심이 맺은 결실에 많은 이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문화콘텐츠 사업의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프로듀스X101' 조작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다. "당신의 소년, 소녀에게 투표하라"던 매력적인 멘트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가수의 꿈을 품고 땀을 흘렸던 어린 연습생들과 경쟁자를 제치고 데뷔한 X1과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은 물론 이들을 응원한 모두가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됐다. 문화를 선도한다고 외쳤는데 알고 보니 문화를 왜곡하고 강요했던 것이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제작진의 실수로 포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포함한 오디션 포맷은 CJ ENM 음악·방송사업 성공의 근간이자 한류 증폭기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고공행진 중인 K팝 한류가 이번 사태로 주춤할 수 있단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CJ ENM은 CJ 그룹의 문화사업 최전선이다. 전사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성원 스스로가 느낄 것이다. 당장 12월 CJ의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다. 그 동안 침묵을 지켰던 CJ ENM이 인사를 통해 어떤 사태해결 의지를 보일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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