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CJ ENM이 자랑하는 경영철학 덕분이다. 소위 '힙(Hip,새롭고 개성 강한)'하기론 CJ ENM을 따라올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팔고 이를 통해 문화를 창출한다는 이들의 외침은 늘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간 보여준 행보도 인상적이다. CJ ENM은 '문화를 통한 사업보국'을 내세우며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글로벌 한류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세계 각국에서 '케이콘(KCON)' 행사를 진행하며 수 백만 외국인에게 K콘텐츠를 소개했고,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까지 도왔다.
문화제국을 향한 여정은 지난 5월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절정을 찍었다. 25년에 걸친 이미경 부회장의 뚝심이 맺은 결실에 많은 이들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문화콘텐츠 사업의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프로듀스X101' 조작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다. "당신의 소년, 소녀에게 투표하라"던 매력적인 멘트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가수의 꿈을 품고 땀을 흘렸던 어린 연습생들과 경쟁자를 제치고 데뷔한 X1과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은 물론 이들을 응원한 모두가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됐다. 문화를 선도한다고 외쳤는데 알고 보니 문화를 왜곡하고 강요했던 것이다.
단순한 거짓말이나 제작진의 실수로 포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포함한 오디션 포맷은 CJ ENM 음악·방송사업 성공의 근간이자 한류 증폭기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고공행진 중인 K팝 한류가 이번 사태로 주춤할 수 있단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CJ ENM은 CJ 그룹의 문화사업 최전선이다. 전사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성원 스스로가 느낄 것이다. 당장 12월 CJ의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다. 그 동안 침묵을 지켰던 CJ ENM이 인사를 통해 어떤 사태해결 의지를 보일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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