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기트 '카르가흐 붓다' 암각화 눈길…장수마을 훈자에도 불심 흔적
카르가흐 붓다 암각화 |
(길기트-발티스탄[파키스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국민의 97%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도 불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파키스탄 북부 초타 라호르는 삼국시대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 스님 고향이다. 인도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며 거쳐 간 곳도 파키스탄 최북단이다.
그 전래 길은 흔히 실크로드라고 부른다. 현재는 1천300㎞ 길이의 카라코람(Karakoram) 고속도로가 파키스탄과 중국을 이으며 그 길을 대신한다.
파키스탄 북부는 오래전 티베트가 점하며 불교 유산을 남겨둔 곳이기도 하다.
라호르 박물관의 석가모니 고행상, BC 5세기부터 700년가량 불교 학문의 중심이자 많은 불교 유산을 남긴 탁실라 유적지는 비교적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곳이다.
북동부 길기트-발티스탄 주(州)의 길기트 인근에도 주목할 만한 불교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카르가흐(kargah) 붓다 암각화다.
카르가흐 붓다 암각화는 길기트에서 약 10㎞ 떨어진 산 절벽 부분에 조각된 마애불이다. 지상에서 20m가량 높이에 새긴 암각화는 가로 2m, 세로 3m 크기다.
암각화가 있는 산 절벽 아래는 공원 같은 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암각화를 올려다보면 마애불이 오른손을 명치 아래에 올린 채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네모난 얼굴은 펑퍼짐하고 귀는 늘어졌다. 티베트 양식으로 볼 수 있는 근거다.
암각화 위로는 마애불을 보호하려는 듯 암석이 차양 역할을 한다.
카르가흐 붓다 앞에서 예불을 |
1920년대 길기트에 머문 영국 학자가 책을 쓰며 이 암각화를 언급했는데 이후 헝가리 학자가 이를 보고서 실물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길기트 지역 역사학자이자 전직 사서인 셰르 바즈 베르챠는 "암각화는 약 8세기경에 조각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길기트에서는 이 암각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간 우리 자치주에서 잘 보존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을 공식 방문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일행은 19일(현지시간) 암각화가 새겨진 절벽 앞을 찾아 예불을 올렸다. 스님들이 목탁 소리에 맞춰 고개를 숙이고 들 때마다 절벽 안에서 미소짓는 부처가 눈을 마주치는듯했다.
원행스님은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계종이 마애불 보존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 3대 장수마을로 꼽히는 훈자 지역에도 불교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다.
길기트에서 승용차로 2∼3시간 거리에 있는 훈자는 라카포시 등 수천m에 달하는 눈 덮인 고봉이 즐비한 곳이다. 만년설로 치장한 고봉 아래 훈자 계곡에 있는 알티트 포트(Altit Fort)는 티베트가 이곳을 점령했을 때 지은 성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100년 전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길기트-발티스탄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평가된다. 알티트 포트 내부는 가운데 우뚝 솟은 탑을 중심으로 침실, 회의실, 창고 등으로 구분돼 있다.
조계종 파키스탄 방문단 |
성내에 보존된 물품 보관함 전면에는 불교에서 행복과 길상(吉祥)을 의미하는 '만(卍)'자 형태의 기호가 규칙적으로 오밀조밀하게 새겨져 있다. 한자 만(卍)자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를 뒤집은 듯 정반대로 새겼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쓰는 만자를 '좌만'이라고 한다면 보관함 전면에 새겨진 만자는 '우만'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붕을 받치는 기둥에 새긴 문양은 불교에서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을 의미했다.
길기트에서 훈자까지 가는 길에는 파수(Passu)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카라코람 고속도로에서 먼발치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 아래에는 작은 돌들로 장식한 '웰컴 투 파수(Welcome to Passu)'라는 대형 문구를 볼 수가 있다.
이곳은 훈자로 가는 길목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로도 유명한 곳이다. 카라코람 고속도로 한쪽에 멈춰 세운 차에서 내려 파수 일대를 묵묵히 보고 있자니 깎아지는 듯한 산맥의 위세가 대단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자랑하지만 오래전 불교를 전하러 먼 길을 떠난 이들이 이곳을 지났다는 설명을 들으니 '고행'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불법(佛法)'을 전하겠다는 각오로 당나귀 한 마리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실크로드를 터벅터벅 걸었던 전래자들, 그들은 이곳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현지 언론 인터뷰 원행스님 |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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