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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Tech & BIZ] 사라지는 '공짜 인터넷'… 거세진 유료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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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모토(motto·좌우명)이자 상징은 '공짜'였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는 2007년 창업 당시 '유료 방송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며 "누구나, 어디서나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트위터·페이스북, 검색 서비스 구글 등은 물론이고 언론사 온라인 사이트도 모두 공짜였다. 미국의 작가 스튜어트 브랜드는 심지어 "정보는 공짜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최근 공짜 인터넷 시대가 점점 저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무분별한 광고에 지치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긁어가는 개인 정보에 진저리치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인터넷에 돈을 쓰는 것이다. 게임·음악 등에서 시작된 인터넷 유료화 바람은 뉴스·동영상 등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짜가 당연시됐던 서비스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돈만 낸다면 당신을 지치게 하는 온라인상 오물 덩어리(cesspool)를 치워버릴 수 있다"고 평했다.

◇동영상, 데이팅 서비스까지 '돈 내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쓰는 대표적 인터넷 서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이다. 미국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동영상은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서비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공짜 동영상의 대명사였던 구글의 유튜브마저 '유튜브 프리미엄'이란 유료 서비스를 내놓고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 환경을 제공한다. 이용 요금은 넷플릭스가 월 12.99달러(1만5100원),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11.99달러(1만4000원), 한국의 웨이브는 월 7900원씩 내야 쓸 수 있다. 만약 세 서비스를 모두 구독한다면 월 4만원 이상을 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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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공짜 서비스’ 관념을 깨고 있는 서비스들. 애플의 애플뉴스(왼쪽부터),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카카오의 ‘멜론’ 음악 서비스. /애플·구글·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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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도 '돈 내는 인터넷'을 선도하는 대표적 서비스다. 스웨덴의 스포티파이는 월 9.99달러(1만1600원)에 음악을 무제한 들을 수 있도록 해준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스포티파이의 시가총액은 251억달러나 된다. 한국에서도 멜론·플로 같은 유료 음원 서비스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멜론은 올 3분기에만 1514억원 매출을 기록해 카카오의 핵심 매출원(源)으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온라인 뉴스도 유료화 바람이 거세다. 지난 3월 미국 애플이 내놓은 뉴스 앱인 '애플 뉴스 플러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을 광고 없이 자유롭게 보도록 하고 월 9.99달러를 받는다. 이 서비스는 출시 초기 프로모션 기간엔 접속 장애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뉴욕타임스와 WSJ, WP 등은 자체 정액 요금제로 온라인 유료 독자를 늘리고 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한 달에 기사를 3~5건만 볼 수 있다.

심지어 데이팅 서비스도 유료화 바람이 분다. 미국의 데이팅 앱 '라야'(Raya)는 월 이용 요금이 7.99달러이지만, 모든 사람을 회원으로 받지는 않는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지원자 중 8%만 회원으로 넣어준다.

◇무분별한 광고·개인 정보 수집에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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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광고가 넘쳐나는 누더기 같은 인터넷 서비스에 지쳤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무료로 콘텐츠를 보는 서비스는 대부분 팝업·디스플레이·배너 광고가 많게는 수십개씩 붙어 있다. 무분별한 개인 정보 수집·유출도 사용자들이 지갑을 열게 한 원인이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숨겨주는 '고 대디'(월 이용료 7.99달러) 서비스나 자신의 네트워크 접속 경로를 숨겨주는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를 월 10달러 이상 내고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인터넷 유료화는 사용자 간 격차를 벌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에선 유료 아이템 장착 여부가 곧 빈부와 실력의 격차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계정 아바타는,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장비를 채우느냐에 따라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갈린다는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포트나이트의 최신 아이템을 구매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인터넷 유료 서비스 이용 여부, 종류 등이 개인의 부(富)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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