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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50대 주부도 집안일 대행 서비스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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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둔 워킹맘 나모(39·서울 반포동)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아이들이 먹을 밑반찬을 앱으로 주문한다. 국과 장조림, 멸치볶음, 몇 가지 나물 등이 주종이다. 이 정도 구색만 갖춰놓아도 퇴근길을 재촉하며 허둥지둥 반찬을 만들지 않아도 돼 한결 마음이 놓인다.

싱글인 이모(42·서울 아현동)씨는 집 안 청소를 해주는 청소 도우미 앱을 가끔 활용하고 있다. 갑작스레 집에서 지인들 모임이 잡히면 후기가 좋은 사람을 골라 부른다. "4시간 남짓 청소해주는 데 5만원이면 비싸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들일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청소·육아·요리·세탁 등 가사 서비스 대행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2017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가맹점 20곳에서 현대카드로 결제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2017년(1~10월) 5만6690건이었던 가사 관련 서비스 결제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 19만42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결제 금액 역시 19억8000만원에서 62억1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예전 같으면 직접 해결했을 가사일을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쑥쑥 크는 '편리미엄' 시장

서비스 종류별로는 요리와 육아 분야 이용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2017년 9973만원이었던 요리 분야 결제 금액은 2019년 9억8000만원으로 9.8배로 늘었다. 더반찬, 도시락몰, 집반찬연구소 같은 반찬·간편식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째깍악어 같은 시간제 놀이·육아 서비스 업체 이용액은 금액은 적지만 결제 건수가 2년 새 27배 늘어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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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간편 가정식, 각종 노력 대행 서비스가 성장하는 추세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0년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편리미엄'"이라고 꼽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 되는 '편리미엄'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가사 서비스 시장 규모가 7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가량 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세대별로 결제 금액을 보면 올해 가사 서비스 전체 결제액의 50%를 30대가 차지했다. 그다음이 40대(28%)였고, 20대(9.9%)와 50대(9.8%)는 비율이 비슷했다. 60대(2.3%)도 일부 있었다. 2017년 대비 2019년 결제 비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건 뜻밖에도 50대였다. 50대는 특히 요리 분야 결제액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는 "50대 부모님 카드로 결제한 젊은 층이 일부 섞여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액티브 시니어 성향을 보이는 50대들이 반찬을 사 먹는 등 가사 서비스를 외주화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이 곧 돈"… 50대 주부들도 반찬 주문

가사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가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리서치 업체 입소스와 함께 가사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20대 이상 소비자 1000명을 지난달 중순 설문조사해보니, '육아·가사는 노동이다'라는 항목에 응답자의 72.9%가 '그렇다'고 답했다. 21.4%는 '중립', 5.7%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가사를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육체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69.2%) '시간이 많이 들어서'(58%)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서'(48%) 순으로 답했다. 집안일 역시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로 분명한 노동이기 때문에 비용을 내고 이 서비스들을 사용하는 것은 내 시간을 아끼고 수고를 덜기 위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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