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저녁 국회에 설치된 천막에서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으나, 규정상 천막 설치가 불가능해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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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 항의를 표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여권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강행 처리하려는 기류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국정 운영 실패로 규정해 국정 대전환을 촉구한다는 전략이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시작하면서 예산안 심의에 착수한 정기 국회는 여야 간 대립과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 정국 마비 사태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김세연 의원발 쇄신 요구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안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무너지는 안보, 민생, 자유민주주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올해 2월 말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선출된 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반대하며 대규모 장외 투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 투쟁 등을 주도했다.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경륜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당 내외 비판을 의식해 '투쟁하며 싸우는 제1야당 대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주력해 온 것이다. 이번 단식 투쟁도 당내에서 리더십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자기 세력만 보는 정치를 해왔고, 국민 편을 갈라 분열을 조장해 왔다"며 "특히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탈탈 털어 결국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 중 악법인 '좌파독재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제 개혁에 대해서도 "이 정권과 그에 야합한 세력들 간 연합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개헌 선까지 넘어서는 것을 어떻게 양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두고 볼 수가 있겠나"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세 가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그의 행보를 평가하는 데 큰 온도차를 보이는 분위기다. 제1야당 대표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왜 지금 시점에서 단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나라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한국당 TK 지역 중진 의원은 "오죽하면 이 추운 겨울에 단식을 하겠나"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23일)이 다가온 것도 있지만, 어제 기자회견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끼며 특단의 조치를 써야 한다고 마음먹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코웃음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단식투쟁에 돌입한 황 대표를 찾아가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며 만류했다. 황 대표와 면담한 뒤 강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황 대표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강 수석은 또 "(황 대표가) 날을 여기서 지새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드렸다"며 "보고를 들은 문 대통령은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황 대표를 찾아온 배경을 설명했다.
[김명환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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