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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장 굴뚝에 떴다…미세먼지 저감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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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8일 오전 11시경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내 공장 밀집 구역으로 무인기(드론) 한 대가 날아들었다.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 바로 위에 잠시 머물던 드론이 출발장소로 돌아왔다. 드론 “체에 달려 있는 1L짜리 투명봉투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안에는 공장 굴뚝에서 나온 배출가스가 담겨 있었다.

질량분석기 등 대기질 분석장비를 갖춘 이동측정차량에서 드론이 가져온 배출가스에서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농도를 나타내는 모니터 속 빨간색, 파란색 그래프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VOCs는 대기 중에서 햇빛(자외선)과 만나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들어낸다. ”오늘 자일렌(휘발성유기화합물의 한 종류) 농도가 가장 높네요.“ 박정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장이 말했다.

● 드론으로 오염물질 잡는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올 2월 미세먼지 감시팀을 발족했다. 7명으로 구성된 미세먼지 감시팀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약 3년에 걸쳐 개발한 측정용 드론 4대, 촬영용 드론 2대와 이동측정차량 2대로 대기오염물질 불법배출이 의심되는 사업장을 적발한다.

미세먼지 감시팀이 생긴 뒤 올 10월까지 총 255곳의 사업장 중 배출기준을 위반한 76곳을 적발했다. 박 과장은 ”장비를 사용했을 때 적발률이 42%(64곳 중 27곳)로 활용하지 않았을 때의 26%(191곳 중 49곳)보다 더 높았다“고 말했다.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은 대기오염물질 점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8년 기준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5만6584개 중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자동측정기기(TMS)를 부착해야 하는 대형사업장(1~3종)은 4363개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영세사업장(4, 5종)의 비율이 92%(5만2221개)를 차지한다. 대기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는 행위도 여전하다. 기준 위반 사업장의 비율은 2015년 9%에서 2018년 14.8%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할 수 있다. 우선 측정용 드론으로는 지상 150m 이상의 높이에서 일곱 가지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굴뚝에 올라가 대기오염물질을 포집해야 했기 때문에 시료 채취에만 3~4시간 걸렸다. 안전문제 때문에 올라가지 못했던 높은 굴뚝도 드론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 드론이 포집한 대기오염물질을 이동식측정차량의 장비와 연결하면 유해대기오염물질 60여 종을 ppt(1ppt는 1조 분의 1 농도) 단위로 정량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장비가 없을 때는 채취한 대기오염물질을 실험실에 가져가 분석하기 위해 약 1주일이 걸렸다.

효과적인 암행감시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접근해야만 배출량 등을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속을 알아 챈 공장에서 배출량을 바로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장에 진입하기 전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가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김정훈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경찰이 미리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미세먼지 저감 효과 ‘톡톡’

단속으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곧바로 나타난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해 4월 경기 포천시 일대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드론을 활용해 오염원을 시범 점검한 결과 하루 사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0% 감소했다. 4월 11일 ㎥당 일평균 농도가 28㎍이었는데 12일에는 14㎍가 된 것이다.

환경부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확대 보급해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다. 우선 올 연말까지 드론 28대와 이동측정차량 14대를 추가로 보급해 전국 지방환경청이 장비를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수도권환경청은 단속 뿐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미세먼지 방지시설 교체 또는 설치비용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대기배출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 중 중소기업기본법 상 중소기업과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설치비용의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정복영 수도권대기환경청장은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하는 사업장은 엄격하게 단속하는 한편 더 많은 사업장에 미세먼지 저감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지원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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