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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재계 첩첩산중 2020-업종별 내년도 전망]“혹한기 온다”…경영진, 외풍 상황별 컨틴전시 플랜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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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바닥탈출 불구 日 규제·中 진출 촉각

디플·조선·철강 “회복 기대불구 실적 비관적”

정유·화학, 투자 위축·수요 부진 저성장 터널

패러다임 바뀌는 자동차, 차세대 기술에 사활

헤럴드경제

2020년 새해를 목전에 두고 제조업과 수출 기반의 한국 경제가 혹한기로 접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내년에도 이어지며 각 산업분야가 도미노처럼 외풍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인들 사이 새해를 앞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체제)을 상시화하라”는 특명이 주어졌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산업계는 다각도로 새해 경영 전망을 내놓으며 대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 산업에 대한 새해 전망은 부정적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업종별로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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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복 전망 지배적이지만…=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은 내년 부진을 털고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과도했던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면서 조만간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후폭풍과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진출은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5G 상용화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미국의 ‘큰 손’을 중심으로 데이터 투자가 다시 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양국 성장률이 둔화하면 반도체 회복세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칭화유니그룹 산하 반도체 업체 창장춘추(YMTC)가 올해 말 낸드플래시 양산을 공언하는 등 국내 업체들은 내년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력감축 나선 디스플레이, 사업재편 안간힘=올해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빠르게 사업구조를 바꿔야하는 절체절명의 해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 전환과 수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이 13조1000억원의 투자를 밝힌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 기술확보와 중소형 OLED에서 폴더블의 시장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정유·화학, 신규 투자 위축 기정사실화=정유업계는 내년도 ‘IMO2020’의 본격 시행으로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리고 실적을 끌어올릴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다. 반면 정유업의 기반인 정제마진은 좀처럼 손익분기점 아래서 반등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저성장 우려가 지속된다.

화학업계는 수요 부진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한 화학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수요 감소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무리한 증설로 공급과잉을 만들고 있는 것도 중국이라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3%였던 석유화학 생산을 내년에도 -2%로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정유·비정유(화학) 부문에서 고른 투자를 해오던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내년도 시설투자(케펙스)를 올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도기 맞은 자동차, 성장 부진 불가피=차업계는 무역 분쟁 등 통상환경 악화와 경기 침체요인 외에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당면 과제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과도기적 시기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플랫폼 개발과 자율주행과 관련된 글로벌 업체 간 협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시장의 업황 부진과 적자생존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량이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시장은 과거 10년간 연평균 약 13% 내외의 고성장을 유지했으나 누적된 성장 피로로 조정기에 진입했다”며 “환율 변수와 환경 규제, 전동화 패러다임 변화 등 내부적으로 내년 사업계획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노조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철강, 전방산업 수요부진에 수익 직격탄=올 한 해 고공행진을 거듭한 원재료 가격 상승세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은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철광석 가격은 내년에 톤당 80달러 선으로 올해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자동차와 건설 등 국내 전방 산업의 부진으로 제품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조강 생산량 확대다. 세계 조강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철강 과잉 공급은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세를 지속시키고, 철강 가격 인상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누적 조강 생산량은 8297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나 증가했다.

▶조선, 수주 회복에도 실적 개선까진 먼길=조선업계는 수주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실적은 내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내년에는 카타르와 모잠비크발 대형 발주를 앞두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카타르 정부는 향후 10년간 100척의 LNG선을 조달할 계획으로, 국내 빅3의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등 후폭풍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우리 경제의 중국에 대한 관점이 ‘차이나 이펙트(중국 특수)’에서 ‘차이나 쇼크(중국발 충격)’로 변했다”며 “2018년과 2019년 대내 요인이 많았다면 내년부터는 대외 요인이 커 수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섹션/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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