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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가 발견한 '독서의 의미'
피자헛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로 브랜딩을 시작했다. 네이버에서 마케팅과 제휴 업무를 담당하며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카카오에서 글로벌 마케팅과 제휴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독서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인 '밀리의 서재'에 합류해 독서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의미 있고 재밌는 브랜딩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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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밀리의 서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창훈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은 밀리의 서재의 브랜드,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일단 최근에 밀리의 서재란 브랜드 그리고 저한테 굉장히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밀리의 서재가 에피 어워드(Effie Awards)*에서 가장 광고 효과가 큰 광고로 선정되어 대상을 받았습니다. 마케팅 담당자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피 어워드 : 한 해 동안 탁월한 성과를 기록한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등을 선정해 수상하는 행사.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해 수상하는 '광고제'와 달리 광고의 성과에 집중한다.
혹시 밀리의 서재 광고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배우 이병헌과 변요한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TV광고를 진행한 밀리의 서재 [사진 밀리의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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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가 나간 뒤에 정말 많은 분들이 광고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영상도 나왔습니다. 주목도가 높은 프로그램에서 밀리의 서재 광고를 패러디하자 바이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밀리의 서재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의 한 장면 [사진 밀리의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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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밀리의 서재를 검색하는 검색량도 많아졌고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책 분야 카테고리에서 1등을 할 만큼 다운로드 수도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이런 의미 있는 상도 받게 되었고요.
사실 밀리의 서재는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드는 TV 광고가 굉장히 큰 부담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큰 도박이었고 모험이었습니다. 딱 광고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어떻게 하면 밀리의 서재를 잘 알리고, 독서 앱 카테고리를 선점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우리는 단군 이래로 독서 인구가 가장 적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독서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독서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년에 책을 3권 이상 사는 사람들이 상위 5% 밖에 되지 않습니다. 독서 시장은 5%가 전체 95%를 먹여 살리는 기이한 시장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줄어드는 독서 인구를 어떻게 독서 앱인 밀리의 서재로 견인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얻게 됐습니다.
첫째, 책을 통해 지적인 과시를 하고 싶어 한다.
SNS를 보면 #책스타그램 혹은 #북스타그램 이라는 태그와 함께 책 표지를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옵니다. 예쁜 공간에서 감성적으로 책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구절에 하이라이트한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책 표지를 찍어 사진을 올릴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사람들이 책 사진을 찍어 공유를 하는 건 지적 과시욕구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지적 과시욕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이런 행동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SNS에 읽은 책을 올려두면서 지적 과시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둘째, 누구나 마음 속에 독서 리스트가 있다.
누구에게나 내가 당장 책을 읽진 못하지만 시간이 생기면 읽고 싶거나 성장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리스트가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SNS에 어떤 책을 찍어 공유하면 동기유발이 되면서 저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 저 사람은 저 책을 통해 이런 인사이트를 얻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런 두 가지 인사이트를 광고에 녹인 게 바로 '경쟁' 형식입니다. 광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병헌과 변요한이 나와서 자신이 읽은 책 이름을 하나씩 대면서 경쟁을 합니다. 사람들 내면에 숨겨진 지적 과시 욕망을 이병헌과 변요한을 통해 드러낸 것이죠.
아마 이병헌 씨와 변요한 씨가 책 이름을 댈 때마다 내가 읽은 책, 혹은 아는 책 이름이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으셨을 거예요. 사실 저희가 여기 등장하는 책 제목을 정하는 것도 굉장히 신경을 썼습니다.
광고에서 두 모델이 각자 본인이 읽은 책을 자랑할 때 등장하는 책 이름. 사람들이 가장 읽고 싶은 책 중에서도 단숨에 읽기는 부담스러운 책들을 선정했다. [사진 밀리의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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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읽고 싶은 책 100권 중에서 단숨에 읽기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책 있잖아요. 이를테면 마지막에 언급되는 데미안 같은 책이요. 광고에서 책 이름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의 지적 갈증을 저희가 건드리려고 했어요.
"아 맞다, 저 책 꼭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밀리의 서재를 활용하면 책 한 권 값에 모든 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드리는 것이죠. 실제 저 광고를 통해 광고 전과 비교해 가입자 수가 8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굉장히 큰 효과를 봤고 밀리의 서재라는 서비스 인지도가 높아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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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가 기존의 독서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는 이유
이제 밀리의 서재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밀리의 서재에서 '밀리'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는데 밀리는 달콤한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꿀 밀蜜에 마을 리里를 쓰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사용자를 우리는 '밀리 주민'이라고 부릅니다. 대표님은 '이장'이라고 부르죠. 이런 식으로 어떤 마을 같은 느낌으로 목가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누구나 '드림홈'을 그릴 때 '서재'를 가지고 싶어 했잖아요.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집은 소유의 개념보다 투자의 개념이 강해졌고,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서재라는 환상은 더 이루기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욕망을 온라인 서비스에서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책을 무제한으로 담아두고, 원하는 테마 또는 표지 스타일에 따라 큐레이션하며 나만의 창조 공간을 만들 수 있는거죠.
밀리 주민이 되시면 각자 개인별 서재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서재를 밀리 주민들에게 공유하고, 책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작업들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마을'과 개인의 사색 공간인 '서재'가 반대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을 살펴보면 따로 또 같이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독자 성향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밀리의 서재’ 이야기는 전체 분량의 30%입니다. 이어지는 '밀리의 서재' 브랜딩 전략에 대한 상세 내용과 밀리의 서재 이창훈 마케팅 팀장과의 질의응답은 지식플랫폼 폴인(fol:in)의 스토리북 <오늘의 브랜딩 내일의 브랜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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