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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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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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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고주희의 첫 시집은 '당신을 앓는 나'가 가학적인 치유의 역설을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쓴, 상실의 체험에 관한 섬세한 심리 진술서의 성격을 지닌다. 병증의 언어를 시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어떤 형태로든 미학적 지향성을 내포하며, 고통에 대한 미적 거리감은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의 거리감으로 변주된다. 그런데 고주희의 작업은 통상 시가 병증의 언어들을 흡수하는 내면화와 승화의 방식과는 다른 경로를 걷는다. 고주희는 가능한 깊이, 최대한 충실하게 앓기를 원하는 듯하다. 여기에 고통에 대한 쓰라린 탐닉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주희의 시에서 '나'가 고통을 대하는 자세는 고통의 기원인 당신을 대하는 자세와 분리될 수 없으며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을 상실한 고통을 앓는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데, 나의 의지로는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나의 의지로 멈추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과 고통은 나의 것임에도, 그 중심은 나의 의지와 능력이 닿지 않는 외부에 있다(또한 나의 내부에 있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당신을 상실한 고통을 계속 앓는 일과 일치한다. 당신이 없는 지금-여기는, 사랑의 윤리와 고통의 윤리가 일치하는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장소다. 나는 상실을 메우기 위해 '당신'을 다른 누구로 대체하지 않는다/못한다. 처음부터, 그것은 이미 불가능했다. 당신은 유일하며, 당신의 유일성은 절대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이상 김수이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2015년 '시와 표현'을 통해 등단한 고주희 시인의 첫 시집. 고주희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고주희 지음/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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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 채수옥 시의 내부에는 웅숭깊은 공간이 숨어 있다. 빈틈없이 축조되어 얼핏 차가운 대리석의 느낌을 주는 시의 외형과 달리 공감과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이 공간은 둥글다. 언어의 조탁과 운용에 관한 비범함과 긴장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이 공간에선 어떤 시각, 어떤 목소리로 시와 마주 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의 풍부한 표정들을 만날 수 있다. 얼핏 드러났다 싶으면 다시 숨고 감추며 달아나다 뒤돌아서는 엷은 눈빛들을 만나기도 하는 이 공간은 시를 읽는 이의 쉰 목과 쇠귀와 청맹을 목격하게 되는 거울의 공간이기도 하다. 세상의 어떤 것들과도 닮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자신을 닮은 뜻밖의 목소리들"(?오카리나?)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겹겹이 쌓아 만든 이 풍부한 공간들은 채수옥의 시를 다시 읽게 만든다.(이상 김형술 시인의 추천사에서) 200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채수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채수옥 시인은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시집 '비대칭의 오후'를 냈다.(채수옥 지음/파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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