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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줌인]류철휘 LS전선 박사 "스카웃 거절, 팀원들과 열정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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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초전도케이블 기술개발 및 상용화 주역 류철휘 박사

후발주자 대한민국 유럽·일본 업체 누르고 전략산업 패러다임 주도

"기술적 난제 극복 위해 연구원들과 석달간 밤샘 합숙연구"

미국·유럽 초전도케이블 시장 형성…한전과 해외시장 공동 개척

이데일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LS전선은 지난 5일 한전과 함께 세계 최초로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했다. LS전선 초전도 케이블 기술 개발 및 상용화의 주역인 류철휘 박사가 험난했던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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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흥덕 변전소와 신갈 변전소 사이 1㎞ 구간에 23㎸급 초전도 케이블이 설치돼 상업 운용을 시작했다. LS전선과 한전이 ‘꿈의 케이블’로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외에서 쏟아진 메가톤급 뉴스에 빛이 바랬지만 전선·전력분야에서는 일대 쾌거였다. 유럽·일본 등 선진업체를 누르고 후발주자였던 대한민국이 전력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며 절대 강자로 올라선 것이다.

‘세계 최초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비결은 LS전선의 통큰 투자와 소속 엔지니어들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이었다. 류철휘 박사는 지난 2008년 LS전선에 합류한 뒤 에너지사업본부 소속으로 초전도파트 분야에서 케이블 관련 연구와 사업을 총괄해왔다. 지난 14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LS전선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류 박사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길고 힘들었던 과정을 거쳐 ‘세계 최초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를 주도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초전도 케이블, 저전압 대량송전 유리…구리 케이블 대체시 경제적 효과 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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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초전도 케이블(사진=LS전선)


초전도 케이블은 말그대로 ‘꿈의 기술’이다. 저항없이 전기를 잘 흐를 수 있게 해 저전압 대량송전에 유리하다. 이는 영하 196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응용했기 때문이다. 초전도 케이블 1가닥은 구리 케이블 10가닥을 대체할 수 있다. 또 구리 케이블보다 낮은 전압으로 5~10배의 전력을 보낼 수 있다. 류 박사는 “국내에서 구리 케이블의 연간 전력 손실량은 원전 1기 분량으로 중급 화력발전소 4개 분량에 해당한다”며 “금액으로는 무려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초전도 케이블의 대량 보급시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전도 케이블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전력 사용량이 매년 급증하는 도심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또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높이 3m의 전력구를 1m의 관로로 대체할 수 있다. 토목 공사 비용이 무려 20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기존 전력구와 관로 등의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구리 케이블을 초전도 케이블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전력량을 늘릴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초전도 케이블을 영하 200도 이하로 유지하는 냉각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케이블만 따지면 초전도 케이블이 훨씬 비싸지만 토목공사 및 변전소 비용 등 전체 사업비를 비교하면 초전도 케이블을 쓰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초전도 케이블 보급 확산으로 생산단가가 낮아지면 상용화는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대규모 송전시설이나 도심 기피시설인 변전소 건설·이전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20년 만에 선진국과 30년 기술격차 극복…험난했던 기술개발 난관의 연속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 세계 최초 상용화’는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지난 2001년 초전도 케이블 개발을 시작해 20년이 채 되지 않아 선진 업체들과의 30년 기술 격차를 따라 잡았다. 당초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았지만 LS전선의 뚝심과 연구원들의 열정으로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 개발 역사는 파죽지세였다. 지난 2004년 세계 4번째로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직류(DC) 80㎸급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류와 교류(AC)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제주 초전도센터에서 교류 154㎸급 초전도 케이블의 1㎞ 실증 실험을 완료했다. 특히 초전도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는 냉각장치와 기술 난이도가 높은 접속함 등 전체 시스템을 개발·설치·운용까지 한 세계 유일의 회사라는 금자탑을 일궈냈다.

초전도 케이블 개발과 상용화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LS전선은 누적 5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한때 사업철수까지 검토했다. 2010년대 초반이 최대 시련기였다. 류 박사 역시 고민 속에 한때 회사를 떠났다가 집 앞까지 찾아온 임원들의 만류에 한 달만에 복귀했다. 이후 초전도 케이블 기술개발에 헌신했다. 해외 경쟁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만도 수십 번이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마음을 잡았던 건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초전도파트 연구팀원들 덕분이었다. 류 박사는 2010년 초전도 케이블 실증 과정에서의 실패를 떠올렸다. 류 박사는 “진부하지만 10명의 팀원들과 환상의 호흡으로 열정을 불태웠다”며 “154㎸ 초전도 케이블 개발 때 기술적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때는 교대로 밤을 새워가면서 24시간 연구를 이어갔다. 2주일에 한 번 잠시 집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석달 동안 합숙연구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전도 케이블 기술 국제적 공인…한전과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

초전도 케이블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전망이 밝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용화로 관련 시장이 2023년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향후 급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행한 백서에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가’로 등재하는 등 국제적 공인도 받았다. LS전선은 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미국은 물론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류 박사는 “주마다 전력회사가 있는 미국은 동부와 서부의 전력계통 연계사업을, 유럽도 국가간 전력계통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초전도 케이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설계부터 운전까지 높은 기술수준을 어필해 해외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LS전선 초전도 케이블 개발 연혁(자료=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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