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는 오늘(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릎을 꿇고 "곱게 키워 준 부모님이 있는데, 군인에게 끌려가 전기 고문 등을 당하고 돌아왔다"며 "저희는 아무 죄도 없고, 일본에 죄가 있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러면서 "30년간, 90세가 넘도록 죽을 힘을 다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외쳤다. 일본이 당당하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재판장을 향해 "저희를 살려달라"며 "진상 규명과 공식 사과를 외치고 재판을 하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저희는 너무 억울하다"며 오열했습니다.
이 할머니의 호소가 이어지는 동안 법정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이날 법정에 일본 정부 측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송은 이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의 유족들이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사건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소장 송달을 거부해 3년간 한 번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해 재판을 열었습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입니다.
그 사이에 소송을 낸 이들 중 생존한 피해자는 5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날 첫 재판에는 원고 중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가 출석했습니다.
이 소송 원고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다른 소송을 제기한 이옥선 할머니도 함께 법정에 왔습니다.
이옥선 할머니도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나라가 잘못해 놓고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다"며 "아베(일본 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역사가 남아 있기에 꼭 해결해야 한다"며 "법적 배상을 받게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은 "72년 전 침해된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국제법상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며 "일제에 의해 인격이 부정된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인권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제법과 관련한 한국·일본 양국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이론이라는 큰 장벽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재판부가 잘 심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향후 이 부분이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을 두 번째 변론기일로 지정했습니다.
김기태 기자(KK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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