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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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배상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맞아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소송이 제기된 뒤 약 3년 동안 재판을 회피하고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일본 정부도 규탄했다.
재판에 앞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피해자인 길원옥·이옥선·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당당하지 못한 것 아니냐. 당당하면 재판에 나와라”라며 “나는 돈이 아니다. 우리는 돈이 아니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지 30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일본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판에 못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거듭 외쳤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방해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2016년 5월 시민단체 국제연대위원회가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하자 일본 정부는 분담금을 제때 내지 않거나 규칙 개정을 요구하면서 등재를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의 역사를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 일본은 방해하지 말고 협조해라”라며 “우리는 세계가 다 아는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에 등재하기를 바란다. 대대로 커 가는 학생들, 세계 학생들이 이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은 반성을 해야 한다. 왜 반성하지 않느냐”며 “철모르는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못 쓰게 만들어놨으면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들과 할머니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피해 할머니들은 직접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2016년 12월 소송을 냈다. 일본 정부가 소장을 받기를 수차례 거부하면서 재판에 임하지 않아 변론기일이 계속 연기됐다. 법원은 올해 3월 공시송달(보낼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취지를 공고) 절차를 진행한 뒤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일본 정부 측은 이날 첫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5월 한국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며 국제법상 주권면제원칙에 따라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은 국가 간의 합의로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소멸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연기되는 동안 소송을 낼 당시에는 살아있던 원고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다. 원고 중 곽예남·김복동 할머니도 올해 별세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위안부 문제가 명명백백하게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고 인권이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며 “이 자리에 함께 계신 할머니 세 분 모두 90세가 넘으셨다. 할머니들의 소송은 지난 수십 년간의 절실한 외침을 담고 있다. 일본은 한·일 합의로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을 거듭한다. 이번 소송을 통해 한·일 합의의 망령이 걷어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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