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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손배 3년만에 첫 재판… 일본 정부, 법의 심판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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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유족 등 20명 첫 변론

기업 아닌 외국정부 상대 소송

'주권면제' 변수, 日 불응 방침

"고정 피해자, 마지막 권리투쟁"

위안부측, 정의로운 판단 기대

아시아경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제135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평화의 소녀상 가슴에 해바라기 꽃이 꽂혀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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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이 소송 제기 3년 만에 열린다. 강제징용에 이어 위안부 피해라는 한일 간 핵심적 역사 문제가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와 고 곽예남 할머니 유족 등 2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연다. 이번 소송은 2016년 12월 제기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당시 박근혜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은 3년 간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헤이그송달협약 13조(자국의 안보 또는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근거로 우리 법원이 발급한 소장 접수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지난 5월 사건을 법원 게시판에 공지하고 일본 정부에 소송 서류가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송 제기 당시 생존해있던 피해자 상당수도 세상을 떠났다. 올해 별세한 곽예남ㆍ김복동 할머니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안부 소송은 일제 강점기 과거사 사건이란 점에서 강제징용 소송과 유사하지만 내용은 더 복잡하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힌 3가지 사안(위안부ㆍ사할린 동포ㆍ원폭 피해)에 해당한다. 실제 강제징용 재판은 청구권 협정 등으로 배상ㆍ보상이 이미 이뤄졌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재판 성립 여부가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인 만큼 주권면제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주권면제란 한 주권국가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일본 정부는 주권면제를 이유로 재판에 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가 한국 영토 내에서 이뤄졌고 불법성이 큰 만큼 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ㆍ유족들과 시민단체 측은 이날 재판에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입장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민변 관계자는 "피해자 연령을 고려했을 때 한국 사법부에 요청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투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법부가 피해자 존엄과 회복을 위해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법원에는 이 사건 외에도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2013년 8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 배상을 요구한 소송이 한 건 더 계류 중이다. 이 사건 역시 2016년 1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된 후 일본 정부의 불응 방침으로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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