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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韓 기업 베트남에 공들이지만 홍보가 잘 안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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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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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63]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단체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상의 역시 세계 각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중국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 두 곳에만 사무소를 냈을 뿐입니다. 대한상의 해외사무소가 두 곳인 것도 놀랍지만, 그중 하나가 베트남이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미리부터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성장세에 주목하고 발 빠른 결정을 내린 게 최근 들어 적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군산시, 전라북도, 군산해수청 등이 추진하는 '군산항 포트 세일즈 행사'를 위해 하노이에 들른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군산항의 항만물동량 유치를 위해 베트남 해운 관계자들을 상대로 홍보에 나선 것입니다. 1차 과제로 군산항과 베트남 동북부 하이퐁항의 교류를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생소한 하노이에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대한상의 하노이사무소입니다. 올해 부임한 윤옥현 대한상의 하노이사무소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베트남을 찾는 기업인들이 미팅 약속을 잡자고 청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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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띠엔록 베트남상공회의소 회장 /사진=매경DB


대한상의가 이달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여는 '한·아세안 CEO 서밋' 행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아세안 CEO 서밋'은 한국과 아세안의 기업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9년(제주도)과 2014년(부산)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열립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역대 최대로 많은 기업인들이 모일 예정입니다. 부띠엔록 베트남상공회의소(VCCI) 회장도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합니다. 게다가 행사는 직전 대한상의 베트남 사무소장이었던 임충현 아주협력팀장이 관여하고 있어 여러모로 베트남과 인연이 많은 행사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무수히 많은 한국 기업의 움직임이 있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곳이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 기업 행사가 열립니다. 한국에 베트남이 미국, 중국에 이은 3대 수출 시장이자 수출 규모로는 4대 교역국인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나와 있으면 막연했던 수치가 피부로 와닿습니다. 하노이 시내 유명 호텔에 가면 반드시 어떤 장소 한 곳에서는 한국 기업의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기자를 상대로 이메일로 쏟아내는 보도자료에도 어김없이 '베트남' 세 글자가 보입니다. 이미 한국과 베트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한 관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쓴맛을 본 한국 기업들이 방향키를 베트남으로 속속 돌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향후 10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습니다. 베트남을 상대로 한국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된 홍보가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베트남 신문을 살펴봐도 한국 기업 관련한 기사는 삼성, 신한은행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을 다루는 데 그칩니다. 물밑에서는 수만 가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수면 아래에 묻혀버리는 것입니다. 베트남 언론을 통해 한국 기업에 관한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일부 베트남 사람들은 벌써부터 한국 기업이 지나치게 많이 오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베트남 경제가 한국 생태계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항마로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경쟁을 시키자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실제 일본은 한국 대비 10배의 예산으로 공적 개발원조(ODA) 돈보따리를 베트남에 풀고 있습니다. 하노이의 관문인 노이바이 공항도 일본 자본으로 지은 것입니다.

베트남과 한국 간 교류가 많을수록 부정적인 이야깃거리도 나오게 마련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하고 밥을 먹는데 갈등이 없을 수야 없습니다. 대수의 법칙에 의해 분모가 커지면 그에 비례해 분자도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 남편이 베트남 부인을 때렸다더라' '한국 기업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여직원이 죽었다더라' '한국계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이 용역을 시켜 베트남인을 폭행했다더라'는 소식이 베트남 언론과 페이스북, 잘로(ZALO·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SNS) 등을 타고 빛의 속도로 전파됩니다. 원래 자극적인 소식은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게 마련입니다. 기억에도 오래 남고 전파 속도도 빠릅니다. 자칫 민족적인 감정을 앞세워 한국 기업과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꼭 이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한국 기업이 얼마나 베트남에 신경쓰고 있는지 긍정적인 소식도 많이 알려져야 양국 간 관계는 수평적이고 건설적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향후 백년대계를 위해 베트남 언론과 SNS를 상대로 어떻게 홍보계획을 짜야 할지를 앞으로는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으로 최근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이 연 동화책 기증식 소식을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역시나 현지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은 농협 임직원 기금으로 설립된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와 함께 하노이한국국제학교, 머리큐리학교, 탕롱대 한국어학과 등에 농산물을 주제로 한 동화책 400권을 선물했습니다. NH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은 매년 한국 농촌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에게 베트남 방문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146가정의 573명이 베트남을 다녀갔습니다.

이와 같은 한국 기업 사례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이참에 정부나 대사관 차원에서 베트남어로 된 유튜브 채널을 열고 한국 기업 미담 사례를 모아 한데 홍보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팔찌나 목걸이로 만들 수 있는 진주 같은 미담 사례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나오고 있거든요.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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