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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토요워치-드론]'킬러드론'에 벌벌 떠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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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위협의 공포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대통령 암살시도

1,000만원대 드론에 국가시설 무력화

가격 싸고 탐지 어려워 악용사례 급증

지난 9월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핵심 석유시설 2곳이 공격을 받았다. 이번 공격으로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국제유가는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세계 증시는 급락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을 타격한 것은 바로 드론이었다.

이번 공격 배후를 자처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한 발에 수억원이 넘는 미사일이 아닌 대당 1,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드론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뜩이나 우려됐던 글로벌 드론 테러 공포가 한층 더 커졌다. 드론 공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가 기간 시설조차 작은 드론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드론이 테러공격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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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드론을 테러에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조직은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로 알려졌다. IS는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업용 초소형 드론을 이용한 테러 공격을 단행했다. 테러 공격으로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드론으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엔젤 해즈 폴른’처럼 드론을 이용한 대통령 암살 시도도 실제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보안군 창설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 중이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주변에서 여러 대의 드론에 실린 폭탄이 폭발해 현장에 있던 군인 7명이 부상당했다.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당시 현장 상황이 생중계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드론 공격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행체가 내 앞에서 폭발했다”며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라고 밝혔고 한 반정부 단체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 주장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영국 대표 공항인 게트윅 공항과 히스로 공항에는 미확인 드론이 침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영국 대표 공항 2곳이 폐쇄됐고 약 1,000건의 비행 스케줄이 취소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드론이 언제든 일상에 피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면서 드론 공포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위기 컨설팅 전문가 밀레나 로드밴은 “사우디의 석유 인프라는 후티 반군 외에도 다양한 세력에게 매력적인 목표물”이라면서 “시장을 교란해 투자자 공포를 조장하고 방어 취약성을 부각하려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싸고 손쉬운 드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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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테러에 악용되고 있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이를 차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아람코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후티 반군 거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까지의 거리는 1,300㎞ 이상 떨어져 있다. 후티 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사우디 정부는 드론의 이동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셈이다. 크기가 작고 저고도로 빠르게 비행할 경우에는 더욱 탐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드론을 탐지하는 초고성능 레이더 장비를 촘촘하게 깔지 않는 한 현 기술로 고속의 소형 드론을 식별해 격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대의 드론을 이용해 공격할 경우에는 레이더 장비가 있다고 해도 모든 드론 공격을 완벽히 막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무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테러에 손쉽게 사용되는 이유로 꼽힌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할 때 썼다고 주장하는 ‘삼마드’ 드론은 대당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억원이 안 되는 무기로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대해 차질을 빚게 만든 셈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머지않은 미래에는 사우디 석유시설 테러 같은 일이 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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