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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조선회화실록·인형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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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조선회화실록 = 이종수 지음.

미술과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는 저자가 '실록과 회화를 나란히 놓고 읽는 조선사'를 표방하며 만든 책이다.

건국부터 망국에 이르기까지 500여년에 이르는 조선 역사를 시대순으로 요약한 27개 장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그림 하나씩을 선정해 소개한다.

태조 어진, 신숙주 초상, 송시열·윤선도 초상, 윤두서 자화상, 고종 어진 등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그림을 통해 그 인물의 성격과 역사적 행로를 짚어 본다.

세종 대에 유교적 윤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삼강행실도', 현종 대에 함경도 길주에서 실시된 문·무과 과거시험을 그린 '북새선은선도', 영조의 청계천 준설공사 현지 시찰 장면을 묘사한 '수문상친림관역도', 소년 국왕 순조의 결혼식을 담은 '순조순원황후 가례도감의궤 반차도' 등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그들이 꿈꾼 이상이 담겨 있다.

역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산수화에도 시대의 희로애락이 반영돼 있다. 조선 회화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세종 대의 정치적 안정과 높은 문화 수준과 별개로 볼 수 없고 세조 대에 왕실 불화로 제작된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아들의 반란으로 폐위, 유폐된 인도 왕비에게 부처가 불국정토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로 그 당시의 피비린내 나던 시국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생각정원. 43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인형의 시간들 = 김진경 지음.

경기도 파주시 세계인형박물관 부관장인 저자가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형의 오랜 역사와 각 나라, 민족마다 다양한 인형의 면면, 특징을 살펴봤다.

구석기시대 비너스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을 담은 다양한 이집트 인형들, 인형이 장남감으로 발전하는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의 인형들이 어떻게 우리 곁에 오게 되었는지를 안내한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인형들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사를 품은 그림자 인형과 '부적'이나 '기원'의 도구로 쓰이는 아프리카 인형, 자연에 대한 경외와 공존의 뜻을 담은 아메리카 인형 등 여러 나라의 인형들과 그 안에 담긴 정서를 소개한다.

신문기자 출신인 저자는 인형에 관심을 갖고 각종 자료를 모으고 인형을 매개로 한 세계문화에 대한 강연을 하다 2013년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이라는 책을 냈고 내친김에 세계인형박물관을 여는 등 '인형과 함께 하는 삶'을 산다.

바다출판사. 19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 = 캐스린 길레스피 지음, 윤승희 옮김.

비판적 동물연구학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저자가 농장, 경매장, 도축장을 직접 탐방하며 육식이 초래하는 여러 문제를 기록한 고발적 르포르타주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가 어떤 폭력의 산물인지, 심지어 고기가 아니라 우유, 달걀 등 비육류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데만도 필연적으로 받게 되는 동물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폭로한다.

소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임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아야 한다. 닭 역시 효율적인 달걀 생산을 위해 의도적으로 품종 개량을 거쳐 하루에 한번씩 알을 낳는, 자연 상태에서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몸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착취당하다가 동물피난처로 와 여생을 살게 된 동물들을 만나고 그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개성과 삶의 발자취를 가지고 있는 생명임을 보여준다.

생각의길. 368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 김태권 지음.

'만화 그리는 인문학자'로 불리는 김태권 작가가 육식의 역사와 문화, 육식이 제기하는 철학적 문제를 그림과 함께 정리했다.

동서양의 옛이야기와 고전 작품을 통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각 종교와 문화권에서 육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육식에 얽힌 여러 일화와 함께 설명한다.

또 한국, 일본의 근대화가 육식의 보편화를 가져왔다는 점, 육식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계급의 문제라는 점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고찰하며 궁극적으로 육식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육식의 불편함'에 대해 시종일관 이야기하지만 딱히 채식주의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유해성 논란이 있는 글루탐산모노나트륨(MSG)이 고기 없이 고깃국물 맛을 낼 수 있어 육식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MSG가 유해하다는 속설은 식육업계의 '음모' 탓이라는 논쟁적인 주장도 소개한다.

한겨레출판사. 272쪽. 1만5천500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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