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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술의 세계

꽃·매미·단풍·눈…사계절을 춤추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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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를 추는 전주시 원동초등학교 아이들. [사진 제공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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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원동초등학교 강당 '두근두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가을 햇살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작은 몸을 날려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발레 슈즈를 신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현대무용을 배우는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학교를 둘러싼 배나무 밭에서 본 자연 현상을 담은 춤동작들이다.

올해 처음 창작무용을 배운 5학년 조형은 양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뭔가를 표현할 수 있어 신나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세계 민속무용을 익히고 있는 3학년 장수진 양은 "움직이는 것은 모두 춤"이라고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일사불란한 춤으로 바꾼 비결은 3년째 운영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수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8년부터 학생 400명 이하 전국 소학교에 공연,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4년 동안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예술꽃 씨앗학교' 15곳이 새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 전국 학교 118곳이 수혜를 받았다.

원동초는 전북무용교육원·광주무용교육원 강사들이 와서 매주 1시간 정규 교과 수업 '예술꽃 무용'과 2시간 동아리 활동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갈고닦은 춤을 가족들 앞에서 공연하는 원동문화예술축제 '두근두근! 예술꽃-원동의 사계'를 열었다. 학생들은 강당 무대에서 현대무용 '여름 놀이터', 한국창작무용 '가을 여행',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민속무용 '잠보 아프리카', 현대무용 '원동의 봄' 등을 펼치면서 흥과 끼를 발산했다.

강당 앞 나무에는 공연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을 담은 동시(童詩)가 적힌 종이들이 열매처럼 붙어 있었다. 2학년 김도건 군은 '무대 위에 / 무대 위에 / 올라가는 발자국 / 틀릴까봐 불안불안 / 귀를 쫑긋 기울이면 / 다른 동작 / 한 발짝 놓쳤지만 / 괜찮아 괜찮아'라며 여린 마음을 드러냈다.

학교 담장 밖에서도 아이들의 춤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바로 옆 은혜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 앞에서 한국무용과 창작무용으로 재롱잔치를 열었다.

장순금 원동초 교장은 "2017년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된 뒤 전학생이 늘어나 현재 초등생 94명에 유치원생 16명이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 춤으로 호흡하고 소통하니까 왕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용수업을 기획한 '씨앗가꿈이' 신희흥 씨는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공동체의식을 배울 수 있다. 올해는 사계절을 탐색하고 춤으로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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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기둥을 꾸밀 벽화를 그리는 양산시 상북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제공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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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꽃이 만발한 이 학교와 달리, 경남 양산시 상북초등학교에서는 연극·뮤지컬·디자인 꽃이 피고 있다. 지난해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돼 1·2학년은 뮤지컬, 3·4학년은 연극, 5·6학년은 공간디자인 수업을 매주 2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공간디자인을 배운 아이들은 학교 밖 마을 벤치와 공원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지역 주민들의 칭찬을 받았다.

최윤철 상북초 교사는 "주민들이 인근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학생들이 줄어들어 마을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학교 안에서 즐겁게 배운 디자인으로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바꾸니까 보람을 느끼더라. 아이들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학교 폭력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체부가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역 문화분권 실현'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만든 동일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각 지역에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문화분권 시대에는 지역 고유 특성에 맞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각 지역에 프로그램을 이관해 주도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주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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