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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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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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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오디세이·과학으로 읽는 역사유물 탐험기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 = 세바스찬 알바라도 지음, 박지웅 옮김.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들의 초인적인 능력과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마블 영화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한다.

아이언맨 슈트가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슈트를 공중으로 띄우는 힘과 액추에이터를 사용하면 전기력을 역학적 힘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의 움직임과 슈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정밀한 안전장비가 없다면 '아이언맨 2'에서 해머제 장비에 탑승한 불운한 친구처럼 척추가 뒤틀릴 수도 있다.

아이언맨 수준은 아니더라도 뇌졸중이나 척추손상 환자의 보행을 돕는 외골격 등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소프트 로보틱스'가 발전하면 금속 기반이 아니라 가변성이 높은 물질과 생체 모방 설계를 통해 인간 근육 기능을 모방하는 외골격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마선에 피폭돼 괴물이 된 헐크 이야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을 원자에 쬐면 과부하를 일으키면서 전자를 튕겨내고 이는 세포 내 단백질과 DNA를 보존하는 화학 결합에 산화 손상을 가하는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유전체가 망가지고 나면 수리 메커니즘이 작동해 DNA를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헐크가 만들어질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SF 영화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43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주제 요약, 영화 줄거리, 과학적 배경지식, 현실 기술 등 순서로 구성된다.

저자는 "마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기술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면서 "1950년대와 1960년대 원자폭탄에 대한 공포, 냉전 분위기가 방사능이나 감마선 등에 거부감을 불러왔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스파이더맨과 헐크인 데서 보듯 이 영화들은 주변 세계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하이픈. 352쪽. 1만7천원.

연합뉴스


▲ 포스트휴먼 오디세이 = 홍성욱 지음.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책 제목이 말해 주듯 저자의 결론은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저자는 진화론 이후 휴머니즘이 재정립되면서 제기된 여러 철학적 접근법을 검토한 끝에 기술의 발달로 인간적 욕망을 성취하게 될 '트랜스휴먼'은 인류의 이상적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초기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진화를 앞당겨 미래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3천 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세기 들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트랜스휴머니즘 사상과 결합하면서 미래에는 인간에게서 추출한 기억을 기계에 보존함으로써 영혼이 영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나와 세상이 공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착취하는 관계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착취하고 지배자들은 피지배자들을 착취하고 남성은 여성을 착취하고 인간은 환경과 동물을 착취하는 관계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기계와 인간이 결합해 사이보그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나, 인공지능이 독자적인 의식을 획득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에 유보적이거나 회의적이다. 그 대신 인간과 기계의 연결이 둘 모두에 새로운 가능성과 역량을 부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기체가 기계적 특성을, 기계가 유기체적 특성을 갖게 된다면 환경 역시 살아있는 생명이 된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에게만 의식과 인식이 있다는 휴머니즘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체에 인지 과정이 있다는 전제 아래 생명체로서의 지구인 '가이아' 속에서 인간의 위치와 책임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핵심 정신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용어가 무엇인지 오래 고민하다 '감수성'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감수성이란 외부 세상을 받아들여서 인지하고 느끼는 능력이며 나아가 단순히 아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고 몸으로 행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휴머니스트. 272쪽. 1만6천원.

연합뉴스


▲ 과학으로 읽는 역사유물 탐험기 = 스코 박사 지음.

선사시대 흑요석과 반구대암각화에서 조선 시대의 조선왕조실록과 석빙고에 이르기까지 우리 유물 14가지에 숨어 있는 과학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울산 반구대에 그려진 암각화는 원시인들이 배를 타고 나가 고래를 잡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엄청난 크기에 바닷속에서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게 민첩한 고래를 잡으려면 일단 얕은 바다로 유인해야 했을 텐데 수심 측정기도 없었던 원시인들에게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깊이에 따라 바닷물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점을 원시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 분자들은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무지개의 순서, 즉 빨주노초파남보의 순서대로 빛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얕은 물에서는 빨간색만 제거되지만 깊은 물에서는 모든 색깔의 빛이 다 흡수돼 검은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할 수 있었다는 석빙고는 여러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강과 가까운 거리에 지어졌고 열이 발산될 수 있도록 천장에 구멍을 뚫은 것이나 이동하는 도중에 얼음이 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바닥에 물길을 튼 것 정도는 기술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단열재로 석회와 함께 볏짚을 사용한 것은 지금의 기술자들도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절묘한 아이디어다.

현대의 실험을 통해 볏짚을 넣지 않은 창고에 얼음을 보관하면 6개월 뒤 38.4%가 녹아내리지만 볏짚을 넣으면 녹아 없어지는 얼음이 0.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필명 '스코 박사'를 사용하는 저자는 공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은 대기업 연구원이며 역사를 매개로 과학 지식을 나누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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